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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시즌2 - 카운터 펀치 리뷰. 끝까지 원작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by 주니(Jun-E) 2023. 9. 7.

최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2 - 카운터 펀치'의 방송이 종영했습니다. 시즌1 드라마가 OCN 오리지널 드라마 시청률 신기록을 경신하며 최고 11%로 큰 관심을 얻었던 반면, 시즌2는 최고 6.1%, 평균 4% 정도의 시청률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이 작품에 대해서 리뷰해보겠습니다.

 

경이로운-소문2-포스터
경이로운 소문2 포스터

시즌 2에서도 원작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경이로운 시즌1 드라마에 대해서는 제가 리뷰를 몇 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리메이크 작품의 특징 feat. 경이로운 소문 리뷰 보러 가기

 

경이로운 소문 시즌 1 과연 성공한 드라마인가? 리뷰 보러 가기

 

제가 줄 곧 이야기한 내용 중 하나가 원작에 대한 존중입니다.

이것은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리메이크라는 것은 원작에 일정 부분 (혹은 매우 많은 부분)의 각색과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감상을 하는 편입니다. 중요한 부분은 그런 각색 과정에 원작에 대한 존중이 있는 상태에서 했는가? 가볍게 원작을 소품처럼 소비했는가? 하는 부분들입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원작의 주요 설정들을 그대로 가져다가 쓰면서 그 의미를 왜곡하고, 마음대로 비트는데, 그 내용이 드라마 안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망가져버린 '나적봉' 캐릭터

시즌2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반발을 많이 얻은 부분 중 하나가 나적봉 캐릭터의 설정 때문일 겁니다.

원작의 캐릭터 설정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다소 허세가 있기는 하지만, 소문이 다음 수준의 초기 적응 신체 능력치를 보이는 코믹한 설정이 섞였어도 카운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나적봉 캐릭터를 순박한 촌사람 캐릭터로 설정할 수는 있습니다. 이것도 아쉽긴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변화가 있었다면, 그렇게 캐릭터를 잡은 이유가 드라마를 통해 설득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각색이라고 할 수가 있죠.

 

그런데, 캐릭터의 설득력이 부족한 건 당연하고, 심지어 카운터로서의 기본 설정을 깨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카운터는 카운터가 되면서 코마에서 깨어나는 순간 신체적 능력은 일반인의 2~3배(사람에 따라 수준의 차이가 있고, 특화된 능력이 발현되기는 하지만, 일반인 기준 2배 이상의 신체능력은 기본입니다.)가 되어야 하고, 이것은 카운터 활동에 가장 기본 능력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일반인 수준의 근력으로 악귀를 대항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것과 같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나적봉 캐릭터를 웃기고 답답한 바보로 설정하기 위해 드라마와 웹툰의 가장 기본 설정까지 부숴버립니다.

캐릭터의 매력을 없애버린 것도 모자라서 근본 스토리까지 일관성을 없애버린 겁니다.

 

원작의 사건이나 설정을 모조리 가져와서 멋대로 소비

원작에서도 소문이가 코마에 빠지는 사건이 있고, 눈물을 흘리며 우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런 설정은 원작에서 빠짐없이 설정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고, 특히 소문이가 흘리는 눈물은 시즌2 최고의 각성을 위한 소재가 됩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이런 사건들을 모두 가져다가 쓰면서도 정말 하찮게 소모합니다.

 

겔리에게 기억을 지워지게 되며 코마에 빠지는 설정은 가져오면서도 코마에 빠진 사람이 존재하는 화이트그라운드 (코마에 빠진 사람과 융인들이 만날 수 있는 장소)에 있지 않고, 소문이의 의식 속으로 숨어버렸다는 엉뚱한 설정을 추가합니다.

분명히 곱슬머리가 풀리면서 카운터 계약이 풀린 상황인데, 코마에 빠진 것이 아니라 소문이가 기억 속으로 숨었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기본적인 설정을 매번 뒤집어 버리는데 너무나도 과감합니다.

 

소문이의 눈물은 더 황당합니다.

원작에서 소문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다가, 자신이 불러오는 땅을 화이트그라운드로 불러오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카운터 동료들에게 힘을 불러다 주는 대신 적은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악귀에게 당해 죽어가며 눈물을 한 방울 흘리자, 마주석(이미 억눌린 상태)의 영혼이 갑자기 각성을 하면서 악귀의 능력을 억제하게 됩니다. 대체 소문이가 한 일은 뭔가요? 마주석은 또 그 눈물에 왜 각성을 하는 겁니까?

 

상당히 극적인 이야기의 전개 부분인데도, 이 드라마는 그런 부분에서조차 명확한 인과관계를 부여하길 거부합니다. 아니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억지신파를 끼워 맞췄을 뿐이죠.

 

황필광이 스스로 마주석에게 먹히면서 마주석을 장악하는 장면은 어이가 없어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초기부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마주석 안에 있던 악귀는 어디로 간 걸까요? 감독과 작가는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 드라마의 감독과 작가의 스탠스는 명확합니다.

"원작 따위는 내 작품을 만드는 하찮은 도구일 뿐이다. 내 마음대로 극을 만들 것이다."

이럴 거면 왜 굳이 훌륭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걸까요?

 

원작과 비교하지 않아도 부족한 스토리

이 드라마에는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그중 마지막 화에 나온 한 가지만 언급해 보자면, 동작되던 시한폭탄이 마주석이 공격을 멈추고 쓰러지자 자동으로 멈춥니다.

염력으로 멈추는 동작을 한다거나 그런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극에 긴박감을 더해주기 위해 폭탄이라는 소품을 추가했을 텐데, 폭탄을 중단시키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 폭탄은 그냥 자동으로 멈춰버립니다. 

애초에 황필광의 의식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거나 하는 설정은 말도 안 되지만, 나오지도 않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이런 식으로 아무런 의미 없이 추가되고 소비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시즌1 때도 마찬가지였죠.

 

시즌3가 성공하려면

시즌3 드라마가 제작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청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긴 했지만, 해당 시청률도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드라마 시청률치고는 나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제작의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3가 성공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시즌1 때에 비해서, 시청자 반응도 한결 나쁜 시즌2였으니까요.

 

반면 웹툰은 현재 시즌3을 연재 중이고 역시나 아주 재미있고 훌륭한 스토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시즌3를 만들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어 있다고 해야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감독과 작가를 교체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애초에 시즌1 때부터 감독의 취향이 드라마의 작품성을 망치는 가장 주된 요인으로 예상됩니다. 감독과 견해가 달라서 작가가 교체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드라마의 스토리가 망가지기 시작했으니 말이죠.

 

제발 CJ ENM 측은 이 드라마를 제대로 제작할 수 있는 작가와 감독을 (특히 감독을) 다시 섭외하시길 바랍니다. 

아예 시즌1부터 리부트를 하면 더 좋겠지만, 제작비를 또 들여서 시즌1을 다시 만드는 건 쉽지 않겠죠. (물론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만든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기 때문에, 리부트도 흥행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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