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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1 성공한 드라마? - 드라마 종영 리뷰

by 주니(Jun-E) 2021. 1. 25.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시청률 11%라는 OCN 드라마 최고 기록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종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드라마 시청을 마친 후기를 솔직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정말 성공했나?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면 이 드라마는 분명 성공한 드라마입니다. OCN 오리지널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에 드라마의 화제성은 상당히 뛰었죠. 하지만, 겉보기에 화려하고 성공한 모습과는 다르게, 드라마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기존 OCN 드라마들에 비해서 이 작품이 더 뛰어나다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라는 확신이 저는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 터널'이나 '라이프 온 마스' 같은 작품은 장르물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재미도 작품성도 꽤 훌륭해서 매우 즐겁게 감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시청률까지 잘 나왔었다면 좋았겠지만 말이죠.

 

우선, 경이로운 소문이 시청률이 높았던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웹툰 원작의 작품이기 때문에 원작의 팬들이 유입되었음 (저도 여기에 해당)

2)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의 판타지물로 개성이 확실함. 

3) 마블 영화들로 인해 '히어로물'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상태에서 만들어진 한국형 히어로물 이라는 점.

이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3가지 이유는 온전히 '원작'의 덕분이죠. 방영 초반의 낮은 시청률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상승한 것도, 나름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던 초기 방영분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이후에는 드라마 자체가 화제성을 갖춘 이후에 유입된 시청자들이죠.

 

원작의 팬 이었던 입장에서 드라마가 성공적이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작품 내적으로 보면, 실망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초기에 재미있게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도 결정적으로 9,10화 이후로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는데요. 그래서,  나름대로 이 드라마가 작품적으로 망한 이유를 몇 가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제 글을 볼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혹여라도 작품 관계자 분들이 보신다면, 차기 작 (시즌 2 제작이 확정이라고 하네요)을 준비하실 때는 제발 원작에 못지 않은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경이로운 소문 시즌1 작품에서 아쉬운 점

1) 원작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작을 그대로 옮길 것인가? 적극적으로 각색을 할 것인가? 라는 부분이죠. 원작을 충실하게 옮기게 되면, 기존 작품의 팬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을지 몰라도, 드라마 특성상 모두 옮기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고, 또 새로운 작품을 보는 재미를 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과 웹툰이라는 매체의 특성은 달라서 작품의 메시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각색이라는 것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도 하죠.

 

저는 사실 다른 매체로 리메이크가 되는 경우, 원작에 적극적인 각색을 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편 입니다. 다만, 원작에 대한 존중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작품의 핵심이 되는 기본 설정이나, 세계관의 경우 수정을 한다고 해도 디테일에서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원작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디테일한 설정들을 수정할 경우에도 치밀하게 설계해서 작품내에 있는 다른 설정과의 충돌을 방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설정을 바꾼 것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 안에 있는 여러 설정들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일관성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원작에 대한 존중이 매우 약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핵심적인 설정은 카운터라는 인물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악령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며, 악령을 소환하는 방식은 어떻고, 융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지, 악령들은 소환되면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등의 설정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핵심 롤인 카운터들과 융인들 간의 관계 설정 등도 이에 해당하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이 부분에 너무나도 많은 손을 댔습니다.

 

악령을 소환하는 방법에서도 카운터는 일종의 융과 지구를 연결하는 인물들로 융으로 들어가는 방식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악귀가 든 사람을 제압하고 난 후 손을 이용해 융으로 들어가면 바로 소환이 되는 것인데, 불필요하게 소환을 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뒤에 소환 중에 악귀를 놓친다거나 하는 필요없는 장면들을 양산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운터들의 특성의 문제인데, 치유 카운터인 '추여사'가 스스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설정을 뜬금없이 추가하면서 작품 내에서 격투 중 다쳤을 때, 본인은 어떻게 회복을 한 것인지 등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치료를 할 수록 수명이 짧아진다는 설정도 어이가 없는 설정이었습니다. 특히 15화에서 더 이상 누군가를 치료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대화를 했는데, 그로 인해 이제는 누군가를 치료할 때마다 저래도 되는건가?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겠죠. 그런데, 극의 마지막에는 또 펄펄 나는 모습을 보여줘서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건 덤 입니다.

 

이런 모습은 15화에서 절정을 이루었는데요. 웹툰 시즌 2에 추가된 주요 카운터 캐릭터인 '저스틴 나적봉' 이라는 인물로 보이는 캐릭터를 멋대로 가져다 손호준이라는 배우에게 입히더니 1회차 만에 사망처리를 하면서 단순한 소모 캐릭터로 사용한 모습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최장물 회장은 카운터를 은퇴하였는데 여전히 융에 드나들고 초능력까지 유지된다는 설정 추가는 진심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죠.

융인과의 연결이 없이 카운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뭐하러 융인들이 카운터와 연결되어 본인들이 소멸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죠? 그냥 카운터로 임명한 후에 자신들은 빠져 나와도 카운터로써 일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2) 캐릭터들이 매력이 없다.

1번 항목은 사실 원작이 없는 드라마라고 가정하고 보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2번과 3번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 드라마는 히어로물이고, 극 장르적으로 보면 스릴러, 판타지, 액션 등의 요소를 가진 드라마입니다. 이런 작품에서 핵심적인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캐릭터입니다. 특히나 시즌제로 가려고 한다면 캐릭터들을 얼마나 매력적이고 설득력있게 만드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메인 주인공인 '소문'이는 당연히 멋져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악당을 처리해야 하는 히어로 캐릭터이고, 그 에이스 역할을 해야하는 캐릭터인데다 극을 끌고가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렇다면, 멋진 캐릭터여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일정 부분 부족할 수는 있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고뇌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근본 모습, 성향은 멋져야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소문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매번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고, 소리치고, 울고, 광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말고는 한 것이 없습니다. 이는 배우의 문제가 아닙니다. 연기하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면 조병규 배우는 본인의 역량을 잘 발휘했어요. 단지 감독의 디렉팅이 대본의 개연성이 너무 없었기에 감정 표현이 쌩뚱맞고 어이가 없는 것이죠.

 

소문이 캐릭터 뿐 아닙니다. 카운터 캐릭터 중 그나마 매력으로 선방을 한 캐릭터는 '도하나'가 유일합니다. 가모탁, 추여사, 최장물 회장까지 매력이라고는 찾아보긴 힘든 캐릭터들입니다. 이 역시 대본과 감독의 디렉팅 문제인데요. 인물이 성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관된 행동과 말이 나와야 하는데요. 모든 인물들이 경우에 따라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성격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아마도 배우분들도 연기하기 어려우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기다, 카운터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파트너여야 하는 융인들의 캐릭터는 더 심각합니다.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임무를 수행해야하는 파트너인 융인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단지 카운터들에게 갑질을 하는 재수없는 이기주의자로만 나옵니다.

 

3) 드라마 내부적으로 개연성과 일관성이 없다.

이건 한 두가지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가장 최근 상황만 언급을 해 보자면, 15화에서 악귀가 들어간 신명휘는 소문이와 대결하면서 소문이 뿐 아니라 가모탁과 협공을 하는 둘을 상대로 본인은 타격이 별로 없이 상대에게 꽤 타격을 입힙니다. 당연히 이 상황에서 싸움을 마무리 짓고 죽여야 합니다. 그런데 신명휘는 갑작스레 자리를 피합니다. 그리고서 말하죠. 소문이가 계속 강해지고 있으니 빨리 죽여야 한다고.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갔으면서 말이죠.

 

또 악귀는 신명휘에서 아들인 신혁우에게 옮겨갔다가 다시 나와서 신명휘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들어갔다가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얼마든지 숨어서 계속 숙주를 갈아타면서 살인을 이어갈 수 있는데 왜 신명휘만을 고집할까요? 더구나 4단계 완전한 악까지 갔기 때문에 새로운 육체에 들어가도 바로 숙주를 콘트롤 할 수 있다는 설정까지 추가한 듯 한데 그렇다면 숙주가 누구인지는 상관 없을텐데 말이죠. (원작의 경우, 숙주와 상성이 맞지 않으면 살인을 저지르지 못해 숙주 안에서 그냥 소멸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당연히 한 번 들어가고 나면 스스로 숙주를 갈아타는 것은 불가능하고요.)

 

이 밖에도 상황이 앞뒤가 맞지 않는 묘사는 너~무나 많이 나옵니다.

 

장르물 드라마를 보면서 개연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일일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장면들을 너무나 많이 보다보니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건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이렇다보니 당연하게도 억지스러운 신파장면들도 많이 나오게 되었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원작의 독특한 세계관과 짜임새 있는 설정과 드라마의 힘을 빌어 성공적인 안방 데뷔를 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성에서 매우 아쉬운 점들을 노출하며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는데요. 시청률 덕분인지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1을 모두 지우고 제대로 된 작가와 감독을 영입해서 리부트를 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할 것 같고, 제발 시즌 2는 감독과 작가 모두 교체하고 새롭게 시작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발 원작에서 좋았던 부분은 잘 살려봅시다. 훌륭한 원작을 두고 왜 무리수를 두는 건지 모르겠네요.

매번 이해할 수 없는 모습만 보여주는 소문이와 달리 원작보다 훨씬 더 진화한 악귀만이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니 이보다 어이없을 수가 없죠. 제발 다음 시즌은 잘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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