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결국 무리수를 거듭하다 자멸에 빠지네요.
이건 웹툰의 설정이나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드라마만 봐도 앞뒤가 어긋나고 핵심설정이 흔들리는 문제입니다.
몇 가지 지적을 해보겠습니다.
1. 분노의 힘으로 불러오는 땅
애초에 웹툰에서는 소문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각성을 하면서 얻게되는 능력이었고, 선한 용도로 사용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으로 인해, 소문이네 팀은 악귀소환을 할 때 매우 안전한 상황을 갖게 되죠.
문제는 이 땅이라는 설정은 융의 힘이 이어지는 것이고, 융과 지상이 연결되는 것이라는 설정입니다.
이것은 웹툰과 드라마가 다르지 않죠.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얻게되는 이 능력을 드라마 초반에 어이없게 사용하면서 불안감을 주더니, 결국, 분노와 살인 충동으로 당겨올 수 있는 땅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을 추가했네요.
이건 드라마가 가진 기본 골격을 흔드는 설정입니다.
대체 나중에 지청신과의 대결에서 소문이 땅을 끌고 오는 장면을 어떻게 풀어내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를 않네요.
2. 결국 끝까지 민폐 캐릭터가 되고 만 소문
가장 큰 문제입니다.
원작에서 사려깊고 성숙하며, 정의감 넘치고, 신중하고, 능력치 최고이고, 어른들에게 공손한 지상최강 카운터 소문이 완전히 망가졌어요.
웹툰에 비해서 아직 어리고 미숙한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도를 지나쳤어요.
웹툰에서 소문이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일찌감치 성숙한 모습을 가진 뭔가 애틋한 캐릭터였죠.
그런 소문이 감정을 콘트롤 하지 못하는 부분이 웹툰에서는 딱 한 번 나옵니다. 바로 부모와 같은 친구들이 린치를 당했을 때 였죠.
이 부분은 드라마/웹툰 모두에서 나오고, 해당 사건으로 카운터 자격 박탈에 대한 논의가 되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소문이라는 캐릭터가 드라마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감정을 폭발시키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됩니다.
주인공으로써 정말 1도 매력이 없습니다.
더구나, 9화에서 나온 지청신을 혼자 쫓다가 위겐의 팀원들을 부르라는 이야기를 무시하면서 화만 내는 소문은 정말 말도 안되는 거였어요. 심지어 드라마의 소문은 아직 다른 카운터들만큼 능력치도 올라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오만은 뭘까요? 웹툰에서는 능력치는 이미 최고치였는데 단지 경험이 부족할 뿐인 상황이었음에도 신중하고, 겸손했는데 말이죠.
매번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하고싶은대로 행동하는 소문? 정말 매력이 전혀 없습니다.
시청자들이 유독 도하나 캐릭터의 김세정을 칭찬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거의 유일하게 일관성이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도하나이거든요.
소문이의 캐릭터가 웹툰과 같지 않다고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쨌든 주인공이고 주인공은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져야 하며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악역일지라도 말이죠.
이 드라마에서 소문은 주인공같지가 않습니다. 작가가 계속 그렇게 만들고 있고요.
3. 소문이 땅을 불러올 때 위겐이 형체가 사라지는 광경
아마도 소문의 카운터 자격 박탈을 위한 근거를 만들어주기 위한 장면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융의 땅은 카운터들에게 힘을 주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기본 설정입니다.
실제로 융의 땅이 흐르는 곳에서 카운터가 죽게 되면, 카운터와 연결됐던 융인은 바로 융으로 돌아와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생명을 주는 땅을 끌어오는데 위겐은 사라진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을 끼워넣은 것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굳이 위겐이 사라지는 모습이 없었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카운터 자격 박탈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있었습니다.
카운터가 뭘 하는지 다 아니까요. 심지어 드라마에서는 영상을 띄울수도 있네요.
4. 아이가 큰 병에 걸렸는데 고칠 수 없다?
장애나 병은 못 고친다고 가모탁이 소문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뭐 그렇게 설정을 만들 수도 있겠죠. 선천적인 장애나, 병은 고칠 수가 없다고 말이죠.
그런데, 그 다음 대답이 얼마나 생각없이 각색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소문이 자신의 다리는 어떻게 고쳤냐고 하니까, 넌 카운터니까 가능했다고 합니다.
원작에서는 땅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이용해서 이전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그래서 소문도 땅이 열린 이후에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고칠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 일관성은 유지됩니다.
그런데, 그런 사고로 인한 것만 가능하다고 했어야 하는데, 카운터니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다친 일반인들을 고치는 설정은 어떻게 나올 수 있는거죠? 드라마 초반에 분명히 일반인들 치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말이죠.
5. 쓸데 없는 연애 설정 추가
오히려, 이 부분에서 가장 먼저 우려를 자아냈던 가모탁과 연인관계였던 여형사 캐릭터가 쌩뚱맞게 추가되었던 부분은 의외로 로맨스를 이어가지 않으면서 여형사 캐릭터도 스토리에 오히려 잘 녹아든 모습입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9화에서 최장물 회장과 추여사가 연인관계?
소문이 둘러댄 것이긴 하지만, 도하나와 소문의 로맨스 설정 추가도 모자라서 카운터 멤버들 다 짝지어주기로 맘 먹은 겁니까?
6. 신명휘 시장의 대선 출마장 망가뜨리기
아마도 9화에서 가장 사람들의 지탄을 받을 장면일 걸로 생각됩니다.
환경 문제를 어지간히도 드라마에 넣고 싶었나 봅니다.
백번 양보해서, 오물을 뒤집어 씌우고, 영상을 바꿔서 재생하는 설정까지는 드라마이니까 사이다를 주기 위해서 그렇다 치겠습니다.
거기에서 자신들의 얼굴을 다 오픈하면서 난장판까지 만든다?
무슨 카운터들을 아무런 생각없이 객기로 나대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리네요. 오히려 고구마가 되어버렸습니다.
거기에 배경음악이 '우리같이 놀아요' 라는 개구쟁이를 삽입? 대체 제작진 무슨 생각인겁니까? 이 장면 코믹하게 풀어야 한다는 강박이라도 있으셨나요?
솔직히 이런 설정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증거 잡았겠다. 초반에 소문이네 학교의 일진 문제를 해결한 최장물 회장의 인맥이면, 중앙 언론에 제보해서 망가뜨리는 건 일도 아니고, 해당 지역 경찰이 유착이 있다면, 중앙 경찰청에 이야기하면 될 것이며, 정치적인 라이벌에게 해당 정보를 찔러주면 알아서 망가뜨려줄 것 입니다.
살인이야 증거가 불충분하니 어렵겠지만, 환경 문제는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해결이 가능한 상황이었죠.
개연성 대신 재미를 얻고자 했던 것 같은데, 문제는 재미도 1도 없었습니다.
7. 난장판을 만든 후에 국수집에서 댄스? 그것도 손님들 잔뜩 있는데서?
본인들끼리 자축하는 장면이었다면 넘어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손님들 잔뜩 있는데서 방송보면서 댄스파티? 뮤지컬 장면 넣고 싶으셨습니까?
그 장면이 과연 극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8. 경찰 서장을 만나서 뻘짓만 하는 가모탁과 기억상실 설정 오류
믿었던 경찰 서장이라서 기억이 있다는 건 뭐 이해하겠습니다.
혈액샘플 가져간거 뻔히 알면서 그건 추궁하지 않고 그냥 쿨하게 넘어가준다?
거기다 경찰 서장과의 일은 기억하면서 스마트폰 사용법은 모르는 바보가 됐다? (1,2화 참조)
앞뒤가 안 맞죠?
9. 지청신의 염력을 목격하고도 전혀 쫄지 않고 호통을 치는 신시장?
지청신이 신명휘 시장을 찾아간 장면에서 칼을 당겨오고 그 칼에 스치면서 다친 신 시장이 놀라기는 커녕, 넌 뭐야? 하면서 지청신에게 호통을 칩니다.
초자연적인 힘을 목격하면 놀라기 마련이고, 당황하게 되죠. 그런데 그 자리에서 호통을?
10. 카운터 위원회?
뭐 원작에 없는 설정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융인과 카운터는 매우 긴밀한 유대를 기본으로 상호간에 목숨을 걸고 악귀를 소환하는 업무를 진행합니다.
카운터 위원회라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카운터는 융인에게 일방적으로 고용된 '갑을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설정이며, 드라마 전체적인 설정과 주제의식과도 맞지 않습니다.
11. 이기적인 융인들
일반인에게 힘을 쓰는 것이 금지되어 있긴 했지만, 융인들은 그간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지난 일들을 다 끄집어 내서 경고랍니다.
경고라는 건 문제가 있었을 때 경고를 한 후에 지속적으로 고치지 않았을 때 하는 겁니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 눈감고 있다가 나중에 무더기 경고?
거기다, 몇몇 장면은 카운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소문이가 감정을 콘트롤하지 못한 주된 장면도 선량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소문 자신을 린치하려는 장면이었고요.
물론 과잉 대응을 한 점인 분명하지만요.
드라마 설정대로라면, 조폭이 칼을 들고 헤치러 와도 가만히 있다가 칼 맞고 죽으라는 이야기인가요?
추여사가 조폭 한 대 때린 것이 왜 계약위반이 되죠?
거기다, 계속 이기적으로 융인의 입장만 반복하는 모습들은 카운터들을 소중히 여기기는 커녕 자신들의 고용인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보여서 작품의 전체적인 컨셉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12. 카운터 자격을 박탈하면 생명을 잃는다?
원래 코마 상태였던 사람이 다시 코마 상태로 돌아간다. 라는 원작의 설정이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그런데, 소위 정의를 구현한다는 융인들이 단지 계약위반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잃게되는 카운터 자격 박탈을 그렇게 쉽게 이야기한다?
이건 그냥 목숨을 담보로 갑질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대고 말 한마디 못하고 굴복하는 카운터는 또 뭔가요?
본인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 능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공익을 위해서 움직였던 것인데 그에 대해서 어필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 무엇보다 생명을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설정과 맞느냐? 라는 말이죠.
13. 소문의 카운터 자격박탈?
방금 자격을 박탈하면 생명을 잃는다고 했는데, 금방 소문의 자격을 박탈하겠답니다.
박탈하면 죽는다며. 그렇다면 어떻게든 가르쳐서 감정 콘트롤 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그렇게 쉽게?
물론 여러 장치들로 카운터 자격 박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빌미를 만들긴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직전에 이야기한 '카운터 자격 발탈 시 생명을 잃게 됩니다' 라는 말 한 마디로 설득력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너 감정 콘트롤 못해서 지금 너 죽일거야 라는 것과 같은 말이 되니까요.
코마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로 나왔다면 어느 정도는 설득력을 가질수 있습니다.
소문은 살아있는 상태로 위겐이 들어갔으니 다른 사람들이 코마로 돌아간다면, 소문은 코마가 아니라 살아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생명을 잃는다는 한 마디로 모든 설정이 뒤틀려버렸어요.
14. 카운터 자격 박탈 후 다시 발을 저는 소문
카운터 자격 박탈 후에 목숨을 잃지 않거나 코마에 빠지지 않은 건 소문이 카운터가 된 과정 자체가 특별케이스이니 그렇다 치겠습니다.
그런데, 카운터가 된 이후에도 문제가 있던 발목은 분명 추여사의 능력으로 고쳐준 것이죠.
그런데, 카운터 자격이 정지되자, 멀쩡했던 발목도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려면, 카운터가 되자마자 발목이 나았어야 맞죠.
그게 아니라면 카운터 자격을 박탈하면서 다시 발목을 부숴버린 걸까요? 얼마나 세부설정을 큰 고민 없이 했는지를 드러내는 장면 입니다.
15. 카운터 자격은 박탈됐지만, 신체 능력은 그대로?
카운터 자격 박탈을 당한 후, 소문은 최장물 회장의 배려로 기억을 잃지 않았지만, 잃은 체 하며 생활합니다.
그래서 일진들에게 다시 괴롭힘을 당하지만, 학교 밖에서 다시 괴롭힘이 시작되자, 일진을 단숨에 제압하며 다 부숴버릴 수 있지만, 참는거랍니다.
카운터 자격은 박탈됐지만, 능력은 그대로다? 이거 뭘까요? 아무리 봐도 작전상 카운터를 박탈한 것 처럼 꾸미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능력이 그대로라고요?
아니면, 카운터 생활을 하던 두달 남짓의 기간동안 열심히 훈련을 해서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요?
백번 양보해서 기술은 그렇게 될 수 있다 치겠습니다.
그런데, 발목은 다시 망가졌는데, 다른 근력은 향상됐다? 단 두달만에 학교 일진 짱의 주먹을 잡아챌 만큼?
16. 이랬다 저랬다 일관성 없는 소문
소문은 자신을 괴롭히는 신혁우에게 일장 연설을 하죠.
'그렇게 감정 콘트롤 못하고 화내면 좋냐? 감정 콘트롤 못하면 너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까지 위험해진다'
뭐 카운터 자격 박탈 당하고 나서 깨달은 바가 큰가? 그렇다고 해도 저런 연설은 좀 오그라드는데? 생각한 순간
바로 다음 씬에서, 소문은 사람들의 연호를 받는 신명휘 시장을 보고 또 감정 콘트롤 하지 못하고, 달려들어 자신의 얼굴을 신시장에게 똑똑히 각인시킵니다.
나랑 우리 팀 좀 죽여주세요. 하는 건가요?
이게 방금 전에 일장 연설을 한 사람이 할 행동인가요?
대체 소문은 왜 발전이 없는 걸까요? 주인공을 왜 이렇게 망가뜨리는 걸까요?
더 쓸 말들이 있을 텐데 기억나는 것만 여기까지 입니다.
단 2회 방송에서 나온 설정 및 스토리 오류가 이 정도입니다.
2,3화에서 대차게 실망스럽다가 4~6화까지 어느 정도 선방하기에 기대했는데, 그 이후로 아슬아슬 이어오던 것이 9,10화에서 완전히 망쳐버리는 군요.
드라마를 망치는 걸 보면서 작가가 궁금해지기는 처음입니다.
예전에 시월애라는 꽤나 괜찮은 영화의 각본을 쓴 분이던데, 왜 이렇게까지 엉성하고 망가진 대본을 쓰는 건지 모르겠군요.
11년만의 컴백이라더니 그간 집에서 막장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신 건 아닌가 싶네요.
장르물이 아닌 일일 드라마에 어울릴법한 설정들을 너무 많이 추가하고 계세요.
그것들이 전체 설정에 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상관 없이 말이죠.
이제는 기대를 접어야 하려나 봅니다.
웹툰이나 정주행하고, 드라마는 기대를 버리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원작에 대한 예우로 끊지는 않으려고요.
제발 앞으로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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