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즐겨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JTBC 싱어게인 인데요.
이 오디션은 스스로 '무명'이라 생각하는 가수들이 나와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를 가진 '경연' 무대입니다.
첫 방송부터 이런 취지에 맞게, 정말 오래 전 알려졌다가 소식이 궁금한 참가자부터, 완전한 무명의 참가자, 노래는 누구나 알지만 가수가 누구인지는 누구도 모르는 참가자까지 골고루 나와서 보는 이로 하여금 추억에도 젖게 만들고, 새로움에 놀라게도 만드는, 정말로 '보는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죠.
이제는 그 방송이 1,2라운드를 거치며 많은 분들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3라운드가 되었습니다.
3라운드의 테마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2라운드가 '팀전' 으로 치러졌고, 그 멤버들을 심사위원들이 지어줬었는데요.
3라운드는 조금 더 다채로운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기존 콤비가 라이벌로 되기도 하고, 새로운 매칭을 한 라이벌 전도 있고, 기존의 팀 전에서 유난히 시너지가 돋보였던 팀들은 팀을 그대로 유지해서 한 번 더 경연을 치르게 되는 지금까지 어떤 오디션에서도 볼 수 없었던 구성의 라운드였습니다.
이 오디션이 특별한 면을 엿볼 수 있는 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무명이든 오래 전이든 가수로써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을 데려온 이유에서였는지, 심사위원들은 '심사'를 하기 보다는 멋진 '공연'을 만들어내는 기획자의 느낌으로 임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기존에 으싸으싸 하며 팀웍을 다지던 멤버들이 대결 상대가 되었을 때의 당혹감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그럼에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주는 감동까지 골고루 확인할 수 있는 라운드였습니다.
더불어, 1라운드에서 하루만 참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방송 1화 참조) 김종진 심사위원이 2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계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원래 심사위원이었던 전인권 심사위원에서 교체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송 입장에서는 신의 한수가 아닐까 싶네요.
심사 소감도 멋지고, 사람으로써도 멋진 김종진 심사위원의 모습을 보게 돼서 좋습니다.
라이벌 전 첫 멤버는
직전에 한 팀이었던 37호 가수와 50호 가수(윤영아)의 대결입니다.
50호 가수가 선곡한 노래는 에일리의 보여줄께
우리 아줌마들 힘내! 라는 마음으로 선곡했다고 하네요.
노래의 시작에 핑거 스넵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모습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셨고, 역시나 멋진 포스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라운드에서도 종종 보여주었던 지나치게 지르는 창법은 원곡자인 '에일리'의 시원한 가창과 비교가 되면서 조금은 아쉬운 소감을 갖게 했습니다.
한편, 앞선 무대에서 재기발랄함과 기획력이 돋보였던 37호 가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라는 곡을 선곡해 무대를 선 보였습니다.
앞선 무대보다도 훨씬 안정적인 음정과 가창력을 보여준데다, 전주를 비롯한 편곡에서 악기의 구성이나 프레이즈에 사용된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 의 음악은 노래와 너무 잘 어울리면서 이런게 오마주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중간에 아름다운 강산의 브릿지를 매쉬업 하는 센스부터, 댄스브레이크까지 참신함과 완성도, 원숙미까지 볼 수 있었던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보여줬네요.
50호 가수 님께는 안타깝지만, 37호 가수의 압승이 당연한 무대.
이후 MC인 이승기씨의 '성실'도 끼가 될 수 있다' 라는 멘트는 성실함으로 그간의 어려움을 메워왔을 그에게 너무 큰 감동이었던 것 같네요.
37호 가수의 눈물마저 아름다운 대결이었습니다.
다음 라운드는 11호, 49호 가수의 대결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찌를 듯이 시원한 고음을 가진 보컬리스트의 대결
전형적인 롸커인 49호 가수는 '마야'의 '나를 외치다' 라는 곡을 선곡했습니다.
롹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참가자의 인생에 대한 헌정가? 같은 마음으로 노래를 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후렴의 가사는 듣는 이의 마음에도 주는 울림이 컸습니다.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oh~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이에 대항하는 11호 가수의 무대는 고 신해철의 재즈카페 였습니다.
이 노래를 보면서 느끼는 건데, 이 오디션은 다른 오디션에서 보기 어려운 선곡이 유난히 많이 나옵니다.
신해철의 재즈카페라는 곡은 솔로 2집에 있는 곡인데, 당시에도 실험적인 곡 이었고, 오디션용으로 이 곡을 선곡한 것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11호 가수의 포텐이 제대로 터진 무대.
노래 실력부터 시작해서 원곡과 정말 많이 달라진 느낌과 더불어 폭발력인 가창력까지 보여주고, 편곡도 재즈카페 분위기부터 빅밴드 스타일 편곡까지 커버되는 무대 를 꾸며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아냈죠.
두 사람 모두 실수 없는 완벽한 무대여서 심사하기 무척 어려웠겠지만, 아무래도 다채로움을 보여준 것이 11호 가수가 이기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래 재즈 가수가 꿈이었다는 그녀의 마지막 말 한 마디에서 왜 이런 무대를 꾸몄는지 알 수 있었고, 그 진정성이 심사위원들에게 닿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다음 라운드는 기존의 팀을 유지한 참가자들의 라이벌 전
23+32 팀(강력한 운명) VS 42+69 팀(국보 자매)
2라운드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보여줬던 두 팀은 팀을 유지해서 한 번 더 무대를 꾸미게 됐는데요.
국보자매는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을 선곡했습니다.
중간에 롤리폴리 샘플링한 간주와 원더걸스의 텔미를 메쉬업한 센스와 더불어 새롭게 삽입된 랩까지 이 편곡에 참여한 작곡가가 누군지 궁금해지는 무대였습니다. 거기에다 앞선 무대보다 현저히 안정적인 보컬실력과 댄스 실력까지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죠.
사실 상대팀 '강력한 운명'이 워낙 이전 라운드에서 극찬을 받았기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잘 극복하고 자신들의 무대를 충분히 잘 꾸몄습니다.
이에 맞서는 강력한 운명 팀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선곡했습니다.
온 국민의 응원가로 쓰이는 노래니 만큼, 모든 이들에게 친숙하게 뇌리에 남은 곡을 과연 어떻게 바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이 노래의 아이콘과 같은 브라스를 이용한 전주의 멜로디를 어떻게 표현할까?가 궁금했습니다.
결과는? 아카펠라로 살짝 바꾼 전주를 선보이면서, 노래의 앞부분을 아카펠라 하모니로 채웠고, 랩이 나오기 전까지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서 랩 이후에 약간은 원곡의 흥겨움/응원의 느낌을 섞었지만, 전체적으로 원곡이 생각이 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편곡을 선 보였습니다.
완성도 면에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멋진 무대였지만, 개인적으로는 편곡이 아니라 새로운 노래의 작곡 수준이어서 원곡에 대한 존중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심사위원들에게는 전체적으로 '호'에 가까웠나 봅니다. 그들이 노래를 하기 전에 선곡의 이유에서 밝힌 '그대'가 자신들의 '음악'이라고 이야기한 것에서 음악에 대한 진심을 심사위원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송민호 심사위원의 눈물은 의외였죠.
결국, 완성도에서 조금 더 높은 레벨을 보여준 '강력한 운명' 팀의 승리
이 후 라운드에서 팀을 유지할 지 나눠질 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다른 오디션에서 보기 힘든 결정이었는데요.
그들은 이제는 각자의 색깔을 따로 보여주고자, 나눠지기로 결정하였네요.
그들이 이루어내는 하모니를 더 볼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본인들만의 색을 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다음 대결 상대는 싱어게인이 낳은 최고 핫 가수들
바로 63호 - 30호 가수의 대결이었습니다.
서로 상대가 된 것에 대해서 상당한(?) 불만을 표출한 63호 가수였지만 ㅋㅋ
무대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본인 공연을 하겠다고 밝힌 63호의 선곡은 이문세의 '휘파람' 이었습니다.
자신 안에 있는 '발라드를 하지 못한다'는 두려움과 싸우기 위해 선곡했다는 이 노래.
본인의 '엄살'과 다르게 발라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감정을 절제하며 간드러지게 처리하는 부분은 정말 잘 소화했는데요, 또 하나의 발라드 치트키라고 할 수 있는 '폭발'을 시키는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을 노출했습니다. 아무래도 '절규'하는 스타일의 발성을 해보지 못한데서 오는 한계가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어택을 강하게 질러주는 발성을 하지 않아서 그런 아쉬움이 생긴 것 같은데, 반대로 그랬기 때문에 본인의 색깔을 제대로 녹여낼 수 있었기도 해서 아쉬운 면도 있지만, 장점이 되기도 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아마도 유희열 심사위원이 이야기한 '무슨 노래를 해도 63호 노래일 것 같다' 는 말의 이유가 그 부분을 이야기한 것 같네요.
이에 상대하는 30호 가수의 무대.
개인적으로 1라운드부터 지켜보면서 보인은 스스로를 '질투만 많은 재능도 노력도 부족한' 사람이라고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첫 라운드부터 심상치 않음을 엿볼 수 있었고, 그가 이번에 참가한 사람들 중 가장 머리가 좋고, 계산이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무대에 앞선 소감에서 63호와 나눴다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우리는 어차피 붙을 수 밖에 없다. 그럴 바에는 심사위원들을 패배자로 만들자" 라는 이야기는 멋진 패기를 보여주는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정말 의외의 선곡이었던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
이번 무대에서는 매번 함께 했던 기타를 버리고 나왔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전주부터 충격이었고, 노래가 마칠 때까지 충격이 이어졌어요.
동양적인 느낌과, 롹, 오케스트레이션, 브릿지에서는 트랩비트의 느낌도 살짝 나오고 아무튼 곡의 장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요소들을 버무렸는데요. 그것이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다시 한 번 그가 얼마나 머리 좋은 참가자인지 가늠하게 해주는 무대였습니다.
정말 'X바 쟤 뭐야?' 하는 욕이 나올 정도로 좋은 무대였습니다. 전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이런 충격적인 구성은 음악을 오래 해온 심사위원들에게조차 생경한 무대였나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이나님의 소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오히려 젊은 참가자들이 이야기한 '기타가 없어서 아쉬웠다'거나 뭔지 모르겠는 감정이라는 부분이 의외였습니다.
이 정도로 파격적이면서 잘 어울리고, 뒤에서는 관객 호응까지 유도해낸 이 무대에 대해서 일반 대중이라면 모를까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왜 호/불호를 헷갈리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려서인지 결과는? 5대3으로 63호의 승리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결과지만, 둘 다 좋은 무대를 했기에 아쉬움이 없는 무대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무대는 온라인에서 터진다고 생각합니다.
JTBC에서 이번 라운드 무대들을 유튜브에 공유하면서 직캠 스타일 영상으로 올려서 어쩔 수 없이 그 영상을 공유 했는데요.
가능하다면 재방송등을 통해서 원래 방송용 촬영 무대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혼자서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가지고 놀았거든요. 직캠에서는 그 공간을 담은 느낌이 안나서 아쉽습니다.
오늘 패배로 탈락 후보에 들어가게 됐지만,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리라 기대해보고, 다음 무대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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