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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 과연 그들은 원작을 망칠 것인가? 멋진 재해석 리메이크로 만들 것인가?

by 주니(Jun-E) 2020. 12. 23.

제가 지인들에게 종종 추천하곤 하는 정말 명작 웹툰이 있습니다.

판타지/액션/스릴러 장르라는 웹툰으로써는 흔하지 않은 장르의 작품인 '경이로운 소문' 인데요.

이 작품의 작가인 '장이' 라는 분이 만드신 작품들을 대부분 좋아합니다.

 

이 작품과 비슷한 결을 공유하지만, 조금 더 마이너한 감성의 '미확인 거주물체'부터

사회인 야구를 만화로 그린 최상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퍼펙트 게임' 이라는 작품도 너무 좋아하고

심지어, 한화 이글스 야구단의 브랜드 웹툰이었던 '나처럼 던져봐' 라는 작품은 전혀 브랜드 웹툰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었죠.

그랬던 '장이' 작가의 장점이 모두 모인 작품이 바로 경이로운 소문이었습니다.

이 웹툰은 스릴러 장르에서 카타르시스를 위해 필수 요소처럼 여겨지는 '발암캐'나 '고구마 전개'가 전혀 없이 거의 매회 사이다를 날리면서도 전혀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없고, 대사는 하나하나 살아있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는 주인공을 비롯한 조연/악역 할 것 없이 모조리 개성이 있고 매력적입니다.

정말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던 그 작품이 현재 시즌2를 연재하고 있는데요.

경이로운-소문-드라마-포스터

이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정말 큰 기대를 하고 오랜만에 본방사수로 드라마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꽤나 좋은 편이어서 더 기대를 했지요.

 

이제 8화까지 방영이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본 제 소감은 '망친 수준은 아니지만, 원작의 명성에는 현저히 뒤쳐지는 작품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1화는 괜찮았어요. 도입이 나쁘지 않았고, 그리 대단한 CG 까지는 아니었고, 와이어 액션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땅이 흐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도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고, 조금은 바뀐 이야기 전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 3화에서는 흐름을 뚝뚝 끊는 전개와 편집 때문에 대 실망을 했다가

4화부터 다시 스피디한 전개로 기대를 갖게 만들었죠.

원작과 다른 그래서 팬의 입장에선 조금 쓸데 없어보이는 설정 변경도 (가모탁에게 연인 관계의 후배 경찰이 있었다거나 하는) 그럭저럭 거슬리지 않게 극 안에서 역할을 하기 시작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5, 6화까지는 볼 만 했어요. 딱 한 가지 마음에 안드는 건 저승(작품에서는 융이라고 표현합니다)에서 카운터와 연결된 파수꾼 캐릭터 중 어린아이가 있는 것 이었어요. 이 파수꾼이라는 멤버들이 지상으로 도망간 악령들을 소환하기 위해서 융에서의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사명감에 자원한 사람들이라는 설정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그런 일을 하는데 어린아이를 데려다 놓은 것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뒤에 카운터 자격 박탈 등을 논의하는데 어린아이가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 말이 안되니까요. (그것이 저승이라고 해도 어른의 상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의 그 모습 그 성격 그대로 저승으로 가는 것으로 웹툰 작품에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극에서 그럼 모양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사실 파수꾼 캐릭터보다는 카운터 캐릭터가 메인이니까요.

 

그런데, 6화 마지막부터 뭔가 이상해지더니, 앞서서 보면서 불안불안 하던 것들이 현실화 되는 것 같아서 일면 짜증도 나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리메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피소드들의 재현이 아니라, '기본 설정'과 '캐릭터'의 재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소문' 입니다.

웹툰에서 소문은 어린시절 부모님을 사고 아닌 사고로 잃고 트라우마에 빠졌다가, 친구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겨우 밝은 삶을 살고 있는 신중하고, 겸손하면서도 정의감은 누구 못하지 않은 그래서 자신보다 다른 이들을 더 생각하는 인물이거든요.

그런데, 드라마에서 소문은,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마음대로 치고 받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첫 출동에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유로 악령이 깃든 숙주를 죽일 듯이 때리는 장면부터 기억속에서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는 하나의 충고에도 전혀 아랑곳 않고 기억속의 적과 격투를 하는 장면까지 너무 마음대로 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고, 능력에서도 일찌감치 에이스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원작에 비해서 아직도 팀에서 가장 처지는 능력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뭐 능력치 정도는 조금 너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원작에서는 자신을 트라우마에서 건져준 소중한 친구들이 심하게 린치를 당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감정을 잃은 적이 없었던 소문을 다혈질에 아무런 생각도 없는 철없는 어린이로 만들어버린 듯한 묘사는 너무나 거슬렸습니다.

 

거기에 지난 8화에서 보여준 파수꾼들의 캐릭터는 '카운터'와 한 몸 한 뜻으로 협력하는 관계임에도, '본인이 환생 (원작에 환생 설정은 전혀 없습니다. 대체 이건 뭔가 싶습니다)하고 싶은데 카운터들이 걸림돌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는 심히 이기적인 발언을 하는 모습이나, 초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아이가 카운터의 징계를 이야기하면서 '어린아이 취급하지 말라' 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너무나 실소를 자아내게 했어요.

대체, 이 드라마의 작가는 원작의 설정들을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있는가? 싶었습니다.

 

바꾼 설정이나 캐릭터가 작품에 정말 잘 녹아난다면 수긍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래서는 리메이크가 아니라 그냥 웹툰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는 것이 10배는 나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버전의 '경이로운 소문'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캐릭터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아픔이 훨씬 큽니다.

 

이제 드라마 여정의 절반을 온 것 같은데요. (보통 드라마들이 16부작이 가장 흔하죠)

제발 앞으로 나올 내용에서는 스토리는 몰라도 캐릭터는 잘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합니다.

너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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