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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왜 망했나? - 시즌 1을 2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써보는 경이로운 소문 시즌 1이 망한 이유

by 주니(Jun-E) 2021. 1. 19.

웹툰 경이로운 소문은 여러가지 면에서 훌륭한 작품입니다.

일단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매력있고,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리고 스토리의 짜임새도 대단하죠.

그리고, 그 이면에는 뻔하지 않은 전개가 또 큰 몫을 했죠.

이 빼어난 작품의 장르를 정해보자면, '판타지 액션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히어로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건 사실 장르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인물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히어로 극의 대표가 되어버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을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앤트맨 시리즈는 디즈니 특유의 '가족주의'가 녹아들어간 '홈' 무비이고

스파이더맨 시리즌 '틴에이지 성장영화' 이고

토르는 '신화' 장르이고 (물론 3편에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만)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의 경우 스파이액션물의 특성을 가졌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경이로운 소문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가장 핵심은 '스릴러'라는 장르에 가깝습니다.

그런 경우, 후반의 '해결'의 카타르시스를 강하게 주기 위해 대체로 고구마 진행이 필수에 가깝게 나오게 마련입니다.

주인공이 뻔하게 위험한 행동을 사서 한다던지 하는 부분이 그렇죠.

그런데 경이로운 소문은 달랐습니다.

메인 플롯(악귀를 잡아서 소환한다)외에 서브 플롯(학원 폭력 문제, 조폭 문제, 사기 범죄의 문제 등)을 짜임새 있게 배치하면서 서브 플롯에서는 정말 웹툰 기준으로도 거의 매회에 사이다 전개가 나오면서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 웹툰은 웹툰 답지 않게 매우 스피디한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먼저 봤던 지인이 뒤늦게 웹툰을 확인하고, 웹툰이 훨씬 속도감이 있다고 하기도 했었죠.

보통은 드라마가 제한된 회차와 시간 때문에 생략이 많아지고 진행도 더 빠른 걸 감안하면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웹툰을 충실히 옮기기만 해도 대박나겠다는 기대를 하게 됐고, 인물들의 캐스팅 이야기를 듣고 꽤나 높은 외모 싱크로율에 기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연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지금 시점엔 그냥 '망했다'고 개인적으로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어요.

2, 3회에서 뚝뚝 호흡이 끊기는 어이없는 편집점들이 보였던 점과, 다소 부자연스러웠던 와이어액션의 경우를 제외하면 6,7화 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원작에 비해 찌질해보이는 소문이 캐릭터의 경우도 아직 10대 소년이니 뒤로 넘어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면 되겠다 생각했고, 원작에 비해서 덜 짜임새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볼 만은 했습니다.

점점 더 발전한다면, 가능성 있다 생각했어요. 실제로 시청률도 연일 기록을 갱신하며 OCN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죠.

 

하지만, 8화정도 부터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9, 10화에서 정점을 찍고, 비틀거렸습니다.

정말 하나도 쓸데 없는 장면에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더니, 각종 신파와 어이없는 코미디, 말도 안되는 커플구도 부각 등으로 장르 드라마를 일일 막장드라마 수준의 설정으로 망가뜨려버렸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의 붕괴' 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매력이 느껴지는 캐릭터는 오로지 '도하나' 하나 뿐 입니다.

초반에 우려를 낳았던 원작에 없는 '가모탁'의 전 연인인 여성 형사의 캐릭터는 오히려 극에 잘 녹아들었고, 역할을 충분히 한 후에 퇴장을 했습니다만, 원래 있었던 캐릭터들은 원작에서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이었는데, 가모탁은 형사였다는 것이 무색하게 그냥 바보에 우왕좌왕하는 캐릭터가 되어버렸고, 카운터들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치유캐릭터 추매옥은 개그캐가 되어버렸으며, 카리스마 개쩌는 1호 카운터이자 물주인 최장물은 아무런 역할도 하는 것 없이 뻘소리만 하는 있으나 마나 한 캐릭터가 됐고, 무엇보다 드라마의 메인 캐릭터인 '소문'은 '분노조절 장애, 민폐, 교훈을 얻을 줄 모르는 멍청이' 캐릭터가 되어버렸죠.

 

거기에다, 카운터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이며, 캐미를 보여줘야 할 융인들의 캐릭터를 '이기주의자에 공감능력도 없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정말 매력이 1도 없는 캐릭터' 들로 만들어버리며 카운터들과 같은 편이 아니라 그냥 '갑' 이라는 인식만 주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원작에서는 둘의 캐미에서 오는 재미와 소소한 감동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 포인트거든요.

 

그리고 뒤로 갈 수록 빌런 캐릭터들도 일관성을 잃고 표류하고,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상황설정 등도 난무하면서 더이상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방송에서는 3류 판타지에 나올 법한 결계 설정 추가와 자작나무 지팡이 설정으로 어이없게 만들더니 지청신을 소환하기 직전에 결계안으로 들어와 카운터를 한 방에 밀어버리는 보육원 꼬마 어린이까지 등장하면서 끝내 선을 넘어버렸습니다.

 

최근 작가가 교체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혹시나 그간의 막장 진행이 작가의 지분이 컸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살짝 품어보기도 했지만, 더 어이가 없었던 13회 대본을 감독이 직접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이 더 문제였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교체된 작가는 혼자서 작품을 완성해본 적 없는 감독과 공동집필로 완성한 3개의 영화가 전부인 필모를 가진 것을 보고, 감독이 말 잘듣는 작가가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즌2 제작도 확정되었다는데, 이미 웹툰 시즌 2에 나온 몇가지 상황들을 가공해서 시즌 1 드라마에 넣은 상황이라, 시즌 2 제작이 가능하기나 한 건지 의문이고, 만일 원작 설정만 가지고 가고 스토리를 새롭게 짜서 시즌2를 제작한다면, 그리고 작가나 감독의 교체가 없이 간다면 시즌 2 역시 망하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불안감만 커지게 되었습니다.

 

아 왜 더할나위 없는 작품을 쓸데없는 각색으로 망가뜨리는 걸까요?

원작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드라마 안에서는 앞뒤가 맞고, 개연성이 있으며, 메인 캐릭터들은 매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멋있던 소문이는 드라마에서는 '울고, 소리치고, 인상쓰며 땅 끌어온다고 헉헉대는 모습'만 기억이 됩니다.

주인공을 민폐 캐릭터를 만들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정말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이제 드라마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었습니다.

2화가 남은 드라마를 볼 예정인 이유는 온전히 원작 작가인 '장이' 작가님에 대한 예우 때문이고, 얼마나 드라마를 망쳐버릴 지 확인해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궁금증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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