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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시즌 2 방송을 보면서 생각하는 잘된 리메이크 작품의 특징 (feat.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남남)

by 주니(Jun-E) 2023. 8. 10.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2가 방영을 시작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실패한 리메이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살펴보면서 잘 된 리메이크와 실패한 리메이크는 어디에서 차이가 생기는지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경이로운 소문 포스터
경이로운 소문

웹툰 경이로운 소문 소개

경이로운 소문은 저승에서 탈출하여 인간의 몸에 숨어 있는 악귀들을 다시 저승으로 소환하기 위해 저승의 사람들과 이승의 사람들이 연결되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독특한 히어로물 장르의 웹툰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 웹툰만의 독특한 설정들이 있게 되죠.

악귀는 왜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생긴 현상은 무엇인지. 그 악귀들을 소환하기 위해 저승(작품에서는 융이라는 말로 부릅니다)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승의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 그로 인해 어떤 능력들이 생기는지 등등의 설정을 가집니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들도 어떤 사연을 통해 어떤 캐릭터를 가지는지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개별적인 설정이나 인물의 설정을 들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야기도 너무 길어지고, 오늘 하려는 이야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웹툰을 정주행하시길 권장합니다. 저의 인생웹툰 중 하나인 작품입니다.

현재 시즌3가 연재되고 있고, 시즌 1,2도 초반부 무료공개 및 3시간마나 1화씩 무료로 볼 수 있게 이용권을 충전해 주기 때문에 적당히 정주행 하시기 좋을 겁니다.

 

캐릭터가 답이다.

경이로운 소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장르물 작품입니다. 히어로물에 성장물, 액션 등 몇 가지 장르가 섞인 형태이긴 하지만, 확실한 성격이 있는 장르물이죠. 그런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입니다.

물론 리메이크를 하면서 원작의 캐릭터가 그대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인물 관계도나, 인물의 외모의 싱크로율, 해당 인물의 성격 등은 꼭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모든 인물을 전혀 다른 인물로 설정할 거면 뭐 하러 원작을 가진 리메이크를 만드나? 싶을 수도 있지만, 간단한 설정만 차용해서 리메이크를 하면서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에 (영화 올드보이가 그런 케이스죠) 그것을 가지고 크게 문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원작 팬으로서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요.

 

실제로 최근 리메이크된 다른 작품인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라는 드라마의 경우, 주연 배우의 외모 싱크로율이 떨어진다고 원작 팬들의 원성이 많았지만, 원작의 캐릭터 설정을 충실하게 재연하고, 배우들이 그것을 잘 연기해 준 덕분에 꽤나 성공적인 리메이크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식의 맺음을 가져왔음에도 아주 설득력 있고 다소 클리셰이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대중적인 결말이 되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은 유지되어야 한다.

이건 캐릭터 뿐 아니라 이야기의 설정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인데,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유지가 되어야 합니다. 만일 변화하는 부분이 있다면 설득력 있는 인과관계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그 캐릭터에 몰입을 할 수가 있게 되고, 설득이 됩니다. 웹툰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설득이 되는 성격과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즌 1에서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도하나' 캐릭터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일부 캐릭터는 일관성마저 유지하지 못합니다.

 

주인공 캐릭터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소문'입니다. 원작에서 소문은 성실하고,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우며, 불의에는 의연하게 대처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예의바른 고등학생 ~ 20대 초반 청년을 연기합니다.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죠.

그런데, 드라마에서 소문은 조금 다릅니다. 이것이 결코 배우가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대본과 연출이 캐릭터를 그렇게 그려가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 방향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친구(?)에게 멋지게 충고를 하고 나서 금방 본인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디테일한 부분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일관성도 없고요.

 

주인공이 망가지는 것이 목적인 시트콤 류의 드라마가 아니라면 이렇게 매력없는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싶은 시청자는 없습니다.

 

설정은 일관성,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원작과 같은 설정이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원작의 설정을 가져왔다면 그 설정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하며, 혹여 바뀌었다면, 그렇게 설정한 것이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작을 본 사람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설정에 매력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는 그런 부분들이 많습니다.

전혀 협력적이지 않은 융 사람들

원작에서 융에서 카운터들을 도와주는 파수꾼들은 카운터들과 매우 긴밀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상호 협력적이고, 비밀을 지켜주기도 하고,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합니다. 당연하겠죠. 둘 다 영혼이 연결되어 있는 데다, 함께 목숨을 걸고 악귀를 소환해 이승과 저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움직이니 전우애가 당연히 생기기 됩니다. 서로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관계인 것이죠.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융 사람들은 카운터들에게 갑질을 하는 마치 자신들이 상관이라도 된 것 처럼 행동합니다. 물론 설정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동고동락을 하는 동료와 같은 사람들이 한쪽에서 다른 쪽에게 갑질하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 밖에도 자잘한 어이없는 설정들이 많지만, 그런 건 제가 원작에 익숙해서 그렇다고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카운터를 대하는 융인들의 자세는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됩니다.

 

과거 시점에 지상으로 도망친 악귀들에 대한 설정

이 웹툰 작품의 가장 핵심 설정 중 하나는 과거 어느 시점에 융에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악인들의 영이 이생으로 대거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때부터 카운터들에게 힘을 주는 융의 땅이 흐르기 시작하고, 악귀들은 한 번 사람에게 들어가면 그 사람을 숙주로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서 숙주가 살인을 할수록 그 안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영혼을 먹고) 점점 완전한 악으로 진화해 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핵심 설정이라고 해도 바꾸면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만, 워낙 중요한 설정이다 보니 바꾸려면 설득력이 더 강하게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드라마 시즌 1에서 초기에는 전혀 바꿨다는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융인들이 악귀와 카운터에 대한 설명을 할 때는 웹툰과 다름없이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드라마 후반에 뜬금없이 악귀가 한 사람에게서 자기 마음대로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는 설정이 추가됩니다. 그리고, 새로 들어간 몸에서도 그전에 가지고 있던 능력을 그대로 다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원래는 숙주가 악행을 거듭하면서 악귀가 깨어나서 본체와 대화도 하게 되고 진화를 하게 된다는 설정인데, 자기 마음대로 나가서 다른 몸으로 들어가면 그런 과정 따윈 필요 없어 보입니다. 여기에서부터 설정에 설득력이 한참 떨어지게 되는데, 결정적으로 이 설정이 말이 안 되는 이유가 이렇게 수시로 들락날락할 수 있다면, 악귀가 숨기로 마음만 먹으면 카운터가 찾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 사이를 이동하면서 숨어 다니고 마음껏 악행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 밖에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결계 설정도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설정도 많았지만, 마음껏 들락날락할 수 있는 악귀라는 설정의 변화는 변명을 할 수 없는 패착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설정은 시즌2에서도 반복되는데요. 시즌2의 메인 빌런인 '마주석' 캐릭터는 원래 카운터들과 접점이 없었는데 악귀가 탈출하던 시기에 억울한 사건으로 아내와 딸을 잃고 그 복수심으로 악귀의 타깃이 되어, 흑화 하게 되는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시즌2에서 마주석 캐릭터를 뜬금없이 카운터들과 친한 지인으로 설정하고, 악귀가 들어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인물로 시작을 하더니, 현시점에 임신한 아내를 잃게 되고, 그 복수를 실행하지 못하고 감옥에 가게 된 인물이 되고, 그 시점이 갑자기 악귀가 들어가게 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과거 시점에 악귀들이 한 번 대탈출을 한 사건을 수습한다는 설정이라면 현 시점 마주석에게 악귀가 들어간다는 설정은 말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시즌 1에 추가된 '얼마든지 들락날락할 수 있는 악귀'라는 설정이 적용됐다고 해야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어이없는 설정인데, 그 악귀는 어디에서 갑자기 흘러왔는지 조차 전혀 설명 없이 그냥 마주석에게 들어가고 아무런 과정 없이 각성을 하고 강력한 악귀로 변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 드라마의 작가와 감독은 전혀 인과관계 같은 것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즌 1 때 작가가 중간에 교체된 것으로 보아 주로 감독의 입김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되는 감독의 성향

이 드라마 작품을 보면 감독의 성향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에 유머를 녹여내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보이며, B급 영화의 감성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감독이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유머나 B급 영화에서 볼 법한 설정들이 전혀 작품과 어울리지 않고 겉돈다는 겁니다. 더불어 내용에 일관성도 부족하고요. 어설플 CG나 특수효과들은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하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을 저는 실패한 리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1은 물론이고 시즌2도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지금까지만 봐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즌1은 초반 8화 정도까지는 볼만했습니다.

 

이 드라마가 OCN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었다는 것으로 실드를 치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이 작품이 인기를 끈 90% 요인은 원작에서 가져온 설정과 스토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엉망으로 할 거였다면 차라리 원작과 똑같은 스토리로 진행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으로 그대로 연극이나 영화로 옮긴다고 변화가 없어서 가치가 없는 리메이크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잘된 리메이크 작품 추천 -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남남

최근 웹툰 원작의 드라마 작품들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그중에 두 작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그리고 '남남'을 추천해 봅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네이버 웹툰, '남남'은 다음 웹툰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 드라마는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최근 종영했고, '남남'은 현재 방송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을 반영한 리메이크이지만, 일정 부분 설정 변경이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생잘'의 경우는 결말 내용이 바뀌었고, (중간중간 사건들의 디테일도 조금씩 다릅니다) '남남'의 경우는 일반적인 직장인이었던 주인공의 직업이 경찰관으로 바뀌면서 초기 설정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성격'이 드라마에도 잘 담겼습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면을 잘 반영했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입니다.

 

두 작품 모두 웹툰, 드라마 추천드립니다.

경이로운 소문 웹툰은 추천, 드라마는 비추천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관점으로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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