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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 1회 10분을 보고 '조선구마사'를 손절한 이유 - 역사왜곡? 동북공정? 친중성향? - 그냥 이 드라마 너무 구리다.

by 주니(Jun-E) 2021. 3. 26.

방영 첫주 2회 방송을 내보내고, 제작 중단을 결정한 최초의 드라마로 역사에 남을 드라마가 되어버린 '조선구마사'

사실 이 드라마 첫 방때, 집에서 아내가 보고 있는 드라마를 잠시 10분 정도 보고나서 저는 바로 손절해버렸습니다.

이유는 아~~~주 싹수가 노랬기 때문인데요.

일단 제가 10분 정도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신문기사에서 문제가 된 접대 음식이 중국 음식이었다는 부분은 보지도 못했고, 태종을 백성을 도륙한 왕으로 묘사했다는 부분은 보긴 했지만, 상대를 귀신(?)으로 인지한 상태에서의 행동이었기 때문에 백성을 도륙한 왕이다 라는 사람들의 반응은 반은 이해가 됐지만, 표현의 자유의 범주 안에서 용인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단 이 드라마의 작가는 '철인왕후'의 그 작가더군요.

그 때도 중국원작 작가의 혐한 이력 때문에 문제가 되더니, 중국 소속사와 집필 계약까지 맺었다고 하니, 아마도 드라마 안에 '친중' 성향의 내용이 들어가는 건 의도적이었다고 보입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너무나 적은 고민을 하고 만든 저급한 설정을 이용해서 전혀 극의 전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 입니다.

한 마디로, 드라마가 전혀 재미가 없고 구립니다.

 

철인왕후는 애초에 판타지물에 역사적으로 기록도 많지 않은 철종의 시대를 그리는데다, 왕후의 몸에 들어간 것이 현대의 망나니 남자라는 설정 때문에 대부분의 모습에서 코믹터치로 그려질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는지라 살짝 논란이 일긴 했지만, 나름 부드럽게 마무리가 되었죠.

실제로 드라마도 꽤 재미가 있었고, 신혜선이라는 배우는 인생캐릭터 하나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남성스러운 여성의 모습을 잘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조선구마사' 는 판타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조선 초기 '태종 ~ 세종'의 시대를 다루고 있으면서, 킹덤등으로 유명해진 K좀비물인데 여기에 '악령 - 엑소시즘'을 접목을 하려고 했습니다.

시도부터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둘이 아닌 작품이라는 것이죠.

일단 좀비의 설정은 그대로 가져오는데 좀비의 발현 이유가 '악령'이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애초에 좀비는 '바이러스 성 전염'이 기본 설정입니다.

악령이 씌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그런 것을 억지로 악령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그리고, 좀비를 엑소시즘으로 악령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니 억지스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시대 묘사입니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에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성군'의 표본입니다. 매우 명철하고 현명한 왕이셨죠.

그런 세종의 어린시절 '이도 - 충녕대군'을 묘사해야 하며, 비정한 야망의 왕자에서 조선의 3대 왕이 되었던 '태종'도 제대로 그려야 하며, 충녕등 왕자들과 사이가 돈독하면서도 스스로 충녕에게 왕위를 양보하기 위해 태종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자처했던 양녕의 캐릭터도 그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매우 익숙한 상황에서, 충녕은 '자기비하를 일삼는,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사신(?)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끌려다니는 사람'으로 묘사했고, 양녕은 아버지의 사랑이 부족함에 투정을 부리느라 주색잡기에 빠진 왕자로 묘사를 했습니다.

감우성이 연기한 '태종'은 그나마 상황판단을 한 후 결단에 지체함이 없는 모습으로 그나마 역사를 통해 알고 있는 그 사람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역사를 다루는 이야기를 할 때, 사건까지 고증을 잘 해서 이어나가야 하고, 인물의 캐릭터도 재해석이 가능하긴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방식이어야 설득이 됩니다.

아무리 실제 역사에 없었던 좀비 사태 라는 판타지 사건이 추가된다고 해도, 함께 나오는 역사적 사건은 우리가 알려진 방식대로 흘러가야 하며, 우리가 아는 캐릭터는 그 성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사건에 대응을 해야

"그래, 충녕이라면 저 상황에서 저랬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수긍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좀비가 대규모로 출몰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서양의 신부를 불러들였는데, 일국의 왕자를 만난 자리에서, 신부를 데려온 사신이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요구한 것이 '기생집 접대' 라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겁니까?

카톨릭 신부가 주색잡기에 빠져있는 사람인 건가요?

 

솔직히, 중국 음식이 나온 것은 동북공정이 아니냐? 라는 지적은 정말 단편적인 지적일 뿐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작가나 제작사에서 그것을 넣은 것은 그런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겨우 그런 장면에 친중 정서가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의를 쌈싸먹은 중국 사신의 태도로 인해 혐중 정서가 생겼으면 생겼겠지요.

 

아무튼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소품 사용, PPL 사용 등과 그로 인한 혐중 정서가 아닙니다.

 

정말 얕은 고민으로 만들어낸 어거지스러운 설정들의 조합.

그로 인해 드러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심각한 왜곡

 

이 두가지가 가장 문제였던 겁니다.

첫번째 문제는 드라마가 너~~~~~~무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이며

두번째 문제는 재미도 떨어뜨리지만, 심각한 역사왜곡의 문제도 가져올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제가 단 10분만에 손절한 이 드라마는 결국, 제작 중단을 결정하고 오늘 기사가 났네요.

그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으로 종영이 된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해당 드라마의 대본을 집필한 작가의 경우, 중국측 제작사와 집필계약을 맺었다고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국내에서 작품을 쓸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뜨겁게 데인 제작사들이 과연 그를 다시 찾을까요?

저도 일단 이 작가의 작품은 거르고 싶은 마음에 커졌습니다. 

애초에 코미디에 강점이 있는 작가가 킹덤이 뜨니까 역량에 비해 너무 큰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정말 궁금한 부분이 생겼는데, 드라마 제작 발표회 때 주연 배우들이 대본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던데, 정말일까요? 아무리 못해도 첫 2회 대본은 촬영 시작전에 나왔을테고, 시놉은 계약 전에 분명히 있었을텐데, 이런 막장 전개에 개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는 이런 대본이 재미있었다고요?

좀 이해가 안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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