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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과 정보/음악, 음반

창의성이란 이런 것이다 - 뉴진스의 신곡 'OMG'와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의 뮤직비디오의 참신함

by 주니(Jun-E) 2023. 1. 4.

오늘은 데뷔 이후 줄곧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걸그룹 '뉴진스'의 새로운 신곡 OMG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저 나름의 분석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진스는 저를 계속 놀라게 하네요.

 

뉴진스의 등장과 의외성

뉴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저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소위 '민희진' 걸그룹 이라는 이름으로 데뷔 전 부터 화제성을 확보한 걸그룹이었고, 민희진씨가 SM시절 만들었던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건 아니었지만, 또 의외의 모습도 가지고 있었는데요.

 

SM 시절 민희진씨가 만든 가수들의 면면을 보면, 시대를 반보 앞서간 그러면서도 대중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트랜디함이 특징이었습니다.

뉴진스의 데뷔 시절 모습은 그런 면에서 살짝 의외였는데요. 최근 '걸크러쉬'한 느낌이 대세인 분위기에서 더 새로운 느낌보다는 '익숙한 새로움'이라는 무기를 꺼내듭니다.

 

뉴진스가 가지고 나온 Look은 마치 2000년대 초반의 걸그룹처럼 발랄하고 청순한 느낌이었으며, 음악도 90년대 혹은 2000년대에 유행했던 음악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부분도 있습니다. 청순한 느낌이라고 마냥 '소녀소녀'한 느낌이 아닌 약간 보이시한 느낌도 섞어서, 당당함도 한 스푼 넣어줬고, 곡의 사운드도 트랜디한 사운드 느낌으로 재해석 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선택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데뷔 첫 해에 멤버들에게 정산을 해줄 수 있게 되는 큰 흥행을 거두게 되었죠.

 

끊임없는 의외성을 가지고 오는 뉴진스

첫 앨범에서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두면 두 번째 앨범에서는 첫 앨범의 성공의 공식을 이어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뉴진스가 선택한 길은 달랐어요.

2곡으로 이루어진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1곡을 선공개했고, 그 곡은 'Ditto' 였습니다.

https://youtu.be/pSUydWEqKwE

뉴진스-Ditto-뮤직비디오

이 곡은 사용되는 악기의 수를 극도로 제한한 미니멀한 편곡으로 멤버들의 목소리에 확 집중이 되도록 만들었고, 가사도, 뮤비도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느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곡에 대해서는 이미 팬송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뮤직비디오의 캠코더 화면의 경우는, 또 하나의 멤버인 팬이 찍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붙여졌죠.

큰 성공 뒤에 이렇게 힘을 뺀 음악으로 오히려 시선을 끄는 방향.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두번째 싱글앨범의 방점을 찍은 OMG와 뮤직비디오

https://youtu.be/_ZAgIHmHLdc

뉴진스-OMG-뮤직비디오

새로운 싱글의 색과 특징

OMG 곡의 특징은 1집에서 보여준 모습과 선 공개곡 Ditto의 중간 정도에 있는 느낌입니다. 트랙의 컬러감은 Ditto를 바탕으로 아주 조금 더 화려해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심플한 미니멀한 편곡입니다. Ditto가 서곡이라면, OMG는 본론이라고 생각됩니다.

omg-앨범자켓-이미지
뉴진스-OMG-앨범자켓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곡에서 생기를 넣어주는 부분은 의외의 구성입니다.

이 곡에서는 곡의 도입부인 Verse와 Pre-chorus가 극도로 짧은 반면, Chorus 파트는 상대적을 매우 깁니다.

보통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서 각 파트들의 길이를 줄이고 변화를 많이 주는 선택을 하는 것이 최근 K-Pop의 기조인 것을 생각하면, Verse와 Pre-Chorus에서는 따라가다가, Chorus 파트는 역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곡에서 변화를 담당하는 부분은 리듬입니다. 타악기의 화려한 연주가 단순한 코드/선율악기와 대조를 이루며 트랜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니멀한 악기 구조임에도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여전히 팬들을 생각하는 듯한 가사

선공개 곡 Ditto가 팬송으로 해석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했었죠?

이번 공개곡 OMG도 팬송으로 봐도 될 정도로 가사가 찰떡 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10대들의 파릇파릇한 연애담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는 가사이긴 합니다만, 뉴진스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 나타나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해도 아주 잘 들어맞죠.

저는 Ditto와 OMG로 이어지는 서사가 팬과 뉴진스의 관계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보여준 것이 Ditto의 뮤비였다고 생각하고요.

 

창의성에 창의성을 더한 뮤직비디오

뉴진스의 이번 앨범 활동에서 정말 탁월했던 선택 중 하나가 뮤직비디오 제작을 '돌고래유괴단' '신우석'감독에게 맡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돌고래유괴단은 몇 년전부터 광고계의 이단아로, 기발한 발상과 새로운 세대에게 먹히는 병맛을 아주 고급지게 포장하는 캐릭터를 가진 제작사입니다. 화제가 된 광고가 하나둘이 아니죠.

전문 뮤직비디오 감독이 아닌 광고 영상 감독에게 뮤직비디오를 맡기는 쉽지 않은 선택을 통해 아주 유니크한 영상을 가지게 됐고, 그 선택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이 비디오를 봤을 때, 저는 '잉? 애플에서 스폰서를 했나?' 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곡이 시작되기 전 하니가 스스로를 아이폰이라고 말하는 것 부터 꽤 오랜 시간을 아이폰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아이콘 디자인부터, 시리의 목소리를 활용한 유머까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뮤직비디오의 앞 부분을 이렇게 찍은거지? 싶을 정도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노래가 시작되자, 이 선택이 얼마나 탁월했는지를 깨닫게 되는데요. 

노래의 가사가 요즘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대하는 느낌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에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붙어서 살고 있죠.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스마트폰에게 물어보고,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모든 정보와 멀티미디어, 오락 등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거든요.

 

노래가 시작되어도 이 뮤직비디오가 하나의 커다란 아이폰 광고인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단순히 이것만은 아닙니다.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멤버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그것은 각 멤버들이 이상한 생각을 해서 정신 병원에 있게 되었다는 컨셉이지만, 사실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자유로운 멤버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굳이 아이폰 에피소드만 따로 대사를 넣어서 앞 부분에 넣어줬다는 것은, 그것이 가사와 이어지는 큰 포인트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곡이 끝나고, '얘들아 기억 안나? 우리는 뉴진스잖아' 라는 외침과 함께, 플래쉬백처럼 지나가는 지난 활동들이 나오면서, 이 노래의 가사는 팬들과 뉴진스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유니버스에 대한 이야기이며, 아이폰 광고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뉴진스' 광고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곡을 처음으로 뉴진스를 접한 사람들이라면, 이 비디오를 통해 '대체 뉴진스가 누군데?' 하며 지난 활동 영상들을 찾아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더군요. 그 시점에서 곡의 가사를 다시 곱씹어보면, '뉴진스가 있는 곳에 항상 함께 해 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구나' 하는 생각으로 발전을 하게 되죠.

 

끝까지 의외성을 놓지 않는 뮤직비디오

이 비디오는 멤버들이 퇴장한 후에도 의외성과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이제는 침착맨으로 유명한 웹툰 작가 '이말련'님이 갑자가 나타나 뉴진스가 그렸던 만화 낙서를 보면서, 그 그림들이 창 밖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렇게 끝났나 싶었던 순간, 한 악플러가 글을 올리는 모습으로 마무리를 하는데요.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는 치' 까지 치고나면, '가자' 하며, 멤버인 민지가 나오면서 뮤비가 드디어 마무리가 되는데요. 이는 다소 파격적인 뮤비 소재에 대한 감독의 셀프 디스이자, 유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 때 뒷모습만 보이는 악플러 여성이 회사의 대표인 '민희진'씨 였다면 대박이겠다 싶은데, 실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오늘은 뉴진스의 신곡 'OMG'를 통해 보여준 '비범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뉴진스는 여러모로 기존 아이돌의 공식들을 하나씩 깨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멤버 중 각자 포지션이 있어야 하고, 메인보컬 포지션의 멤버는 곡에서 한 곳은 고음으로 가창력을 뽐내줘야 하고, 때로는 화려한 애드립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뉴진스는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 단 한곡도 과한 고음이 없고, 가창력을 뽐내기보다는 편안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는 점도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노래가 모두 고음을 무기로 실력 자랑을 해야하는 건 아니니까요.

 

역설적으로 뉴진스를 통해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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