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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과 정보/영화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 공개 즈음에 다시 찾아보는 배트맨 대 슈퍼맨 - 과연 잭스나이더는 천재 감독인가? 느금마사는 그렇게 문제가 많은 설정일까?

by 주니(Jun-E) 2021. 3. 29.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리그가 공개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호평을 하면서 일부 리뷰어들은 스나이더 감독을 천재 감독으로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기존에 올린 두 번의 리뷰에서 이번 영화는 분명히 볼만 했고, 괜찮은 영화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글을 올렸었죠?

그리고, 잭 스나이더 감독이 아무런 간섭없이 작품을 완성하고 시리즈를 모두 만들었다고 해도 비주얼적으로 훌륭할 지 몰라도, 스토리적으로는 여전히 구멍이 있는 범작에서 약간의 수작 정도는 가능했다고 보지만, 명작을 만들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느금마사' 드립으로 영원히 비판받고 있는 배트맨 대 슈퍼맨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가, 슈퍼맨이 '마사를 구해줘' 라는 말에, '왜 그 이름을 얘기하는 거지?' 라며,

슈퍼맨의 어머니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자, 힘을 합쳐 마사를 구하고 렉스루더를 공격하죠.

사람들은 겨우 그거 하나로 갑자기 동료가 된다고? 라며 어이없다는 반응들을 내놨었죠.

그러면서 '느금마사' 라는 드립도 유행을 하게 됐고요.

 

하지만, 저는 그 대사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배트맨이 왜 그렇게 슈퍼맨을 두려워하고 나아가 없애려고 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배트맨은 외계에서 온 절대자에 가까운 힘을 가진 존재가 악으로 돌아섰을 때를 우려합니다.

그리고 그가 우리(지구인)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에 인간을 이해할 수 없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심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죠. 그것이 슈퍼맨을 두려워하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됩니다.

 

사실, 그 시작은 조금 어이 없긴 합니다. 슈퍼맨의 전투로 인해 막대한 사상자가 난 것은 분명하지만, 슈퍼맨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것인데, 그에 대한 이해를 조금도 하지 않고, 크립톤인 간의 싸움에 지구인들이 피해를 봤다는 식이죠.

그리고 그 증오를 2년간 키워옵니다.

이 부분이 솔직히 더 말이 안됩니다. 본인도 악과 지속적으로 싸워온 사람이면서, 악을 막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을 지구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핍박한다? 너무 억지스러운 감정의 발전이죠.

 

아무튼 다시 느금마사 상황으로 돌아와서 ^_^

배트맨은 슈퍼맨의 어머니의 이름을 듣고, '슈퍼맨에게도 지구인 엄마가 있고, 그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슈퍼맨이라는 존재가 완벽한 타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가 그간 두려워하던 외계 종족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고, 노선을 갈아타게 되는 거지요.

그렇게 쉽게 바뀌게 되는데는, 기존 슈퍼맨의 인식도 작용했을 겁니다. 애초에 슈퍼맨이 나쁜 놈 이라서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문제가 없는 작품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느금마사보다 훨씬 문제가 되는 설정은 많습니다.

 

첫째, 배트맨은 자신의 전 직원이 청문회장에서 죽는 것을 보고, 크립토나이트를 탈취하는 행동을 결행합니다.

렉스루터가 그렇게 유도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보낸 연금을 그 직원이 지속적으로 거부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직원은 청문회장에서 폭탄이 터져 죽게 돼죠.

이 과정에서, 왜 배트맨은 이 사건을 누군가 만들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할까요?

일반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그는 배트맨입니다.

수 많은 범죄조직과 싸워 왔던 사람이죠. 그 정도의 권모술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그 직원이 자살을 한 것으로 믿는다?

나아가서 그것을 슈퍼맨 탓으로 돌린다?

 

오히려, 그 직원이 생활고를 겪다가 증오가 쌓여서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뭐 이건 그래도 어느 정도 이성을 잃은 배트맨이라는 설정 하에서 그럴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큰 설정의 구멍은 다음에 있습니다.

 

둘째, 크립톤 우주선은 어떻게 랙스루터의 말을 그렇게 쉽게 듣는가?

크립톤 우주선은 철저한 인증을 거칩니다. 명령을 받는 것도 그렇고, 죽은 생명체를 재구성해 살려낼 힘도 가지고 있다고 하죠.

그런 최첨단 과학으로 이루어진 크립톤 우주선은 겨우 지문 인식으로 인증이 끝이고, 크립톤 인이 아닌 지구인의 명령을 그렇게 쉽게 수락한다? 그것도 위원회에서 금지한 작업을?

 

그리고, 그렇게 죽은 생명을 되 살리는 능력을 이미 가진 크립톤 우주선이라면, 저스티스리그에서 슈퍼맨을 되살리기 위해서 왜 마더박스의 힘이 필요했던 거죠? 사이보그가 그 정도 정보도 해킹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결국 이 설정은 둠스데이를 가져오기 위한 억지 설정이 됩니다. 뭔가 더 그럴싸한 방식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심플한 지문인식 말고 말이죠.

 

이 영화의 핵심은 렉스 루터가 만들어낸 작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치밀하지 않으니 영화가 전체적으로 구멍이 많은 것이죠.

 

셋째, 슈퍼맨은 왜 다짜고짜 배트맨을 치고 시작하는가?

물론, 배트맨이 슈퍼맨을 먼저 공격합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슈퍼맨에게는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하죠. 그건 슈퍼맨 자신이 잘 알고 있고요.

배트맨을 설득하러 간다고 해 놓고, 왜 무력을 행사하는 걸까요?

애초에 둘의 격투를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니 그런 장면 자체를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상황까지 들어가는 과정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죠.

슈퍼맨은 충분히 랙스루터가 이 모든 것을 꾸몄으며, 자신의 엄마를 납치하고, 협박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해요. 그렇지 않고, 한 마디 하려고 했더니 총질한다고 일단 패고 보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죠.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를 보면 이런 부분들이 꽤 많이 나옵니다.

충분하지 않은 혹은 적절치 않은 장치로 자신이 만든 스토리에 개연성이 충분히 부여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오히려 욕을 정말 많이 먹은 느금마사 상황은 영화의 전반부 부터 착실하게 빌드업이 된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까지 가는데 중간 중간의 상황들이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죠.

 

오늘은 배트맨 대 슈퍼맨의 내용을 한 번 살펴봤는데요.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이 개봉되면서 재조명되고 있는 스나이더 감독에 대한 제 생각을 한 번 나눠봤습니다.

솔직히, 전체적인 영화의 톤이나 기본적인 흐름은 꽤나 마음에 들었던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짜임새 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구멍도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역시 DC 영화의 최고봉은 여전히 다크나이트 3부작입니다.

놀란 감독의 작품을 따라잡을 DC 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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