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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과 정보/영화

아바타 : 물의 길 - 빼어난 비주얼, 전편에 비해 다소 아쉬운 스토리. 거장 감독이 만든 범작? 다음 편이 기대되는 이유

by 주니(Jun-E) 2023. 1. 2.

2022년 연말 가장 핫한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신작이자,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이었던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 물의 길' 이죠.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심각한 스포일러는 없지만,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감상하고 싶으신 분은 다음 기회에 봐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아바타-물의-길-포스터
아바타:물의-길

역대급 비주얼의 작품

영화 아바타를 이야기할 때 시각효과를 포함한 전체적인 영상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작 '아바타'에서 보여준 영상은 '혁명'이라고 불렸고, 그 말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맛보기로만 존재했던 3D영상을 스토리텔링에 효과적으로 접목시킨 최초의 작품이었으며, 3D가 아니더라도 영화의 대부분을 채운 CG (컴퓨터 그래픽)를 활용한 영상은 실사와 그 경계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뛰어나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행성을 실제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죠.

 

속편 '물의 길'에서는 그러한 영상미가 한 단계 더 발전했습니다.

사실 1편의 충격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1편에서 보여주었던 그 행성을 더 잘 표현한 것이니, 전작에서 새로운 별에 여행을 다녀온 영상을 Full HD의 화질로 봤다면, 이번 편은 같은 행성을 4K 화질로 보여주는 정도의 차이랄까요? (체감하는 충격에 대한 비유일 뿐입니다 아시죠?)

 

2편에서는 더 디테일한 묘사는 물론, CG에서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되는 물의 질감을 표현하는 부분부터, 수중에서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캡처하기 위해, 기존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으로 압도적인 자연스러움을 가진 CG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초기 촬영에서 호흡기 장치를 이용해 촬영을 했으나, 호흡하는 물방울로 인해 포퍼먼스 캡쳐를 위한 점들을 카메라가 인식을 못하게 되고, 배우들도 장치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방해가 되자, 호흡기를 떼고, 숨을 참기로 결정해, 이를 위한 훈련을 받았다고 하죠.

결과적으로 케이트 윈슬렛 같은 경우 7분이 넘는 시간을 참을 수 있게 되었고, 고령의 배우인 시고니위버도 6분이 넘는 시간을 숨을 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영상미는 이런 배우들과 스테프들의 노력이 빚어낸 작품이었던 것이죠.

 

이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비주얼 뿐이다?

아바타:물의 길의 경우, 사전 기대치가 워낙 높다 보니, 흥행 성적과는 다르게 좋지 않은 평도 꽤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혹평들의 대부분은 바로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비주얼은 워낙 다른 영화들, 아니 역사상 가장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다 보니, 깔래야 깔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스토리에 대한 악평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한 마디로, 개연성이 부족하고, 스토리가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작에서도 스토리에 대한 비판은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서사라는 것이었죠. 물론 저는 이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전형적인 스토리가 나쁜 것도 아니고요.

전형적인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디테일에 따라 완성도는 천차만별이고, 아바타 1편의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 작품이 이야기하는 내용과 교훈에 동의하는가? 는 별개로 하고 말이죠.

 

2편의 스토리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1편에 비하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그 이유는 가장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갈등 구조의 단순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편의 경우, 갈등과 해소의 요소들이 매우 다양했습니다.

전쟁 중 부상으로 하반신 마비였던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를 통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몸을 가지게 되는 쾌감과, 새로운 행성에 대한 탐험을 하는 쾌감이 있었고, 인간 진영 안에서도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 (나비족과 교감을 하려는 부류)와 쿼리치 대령을 위시한 급진파 (골치 아프게 교감할 것 없이 정복해버리자는 쪽)의 갈등에 더해, 그 사이에서 이익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까지 더해져 매우 입체적인 갈등과 그로 인해 얽히는 관계들도 많았고, 결정적으로 아바타 종족과 교감을 하기 위한 제이크와 그레이스 박사의 노력, 새로운 행성에서 접하는 새로운 설정들에 대한 경험(모든 생물들과 직접적으로 교감을 하는 방법이 있다거나, 그런 교감이 행성 전체의 생명들 간에 소통이 되고 있다거나 하는 등)도 관객들이 지루할 틈이 없게 해주는 요소들이었죠.

 

거기에 후반부 나비족의 편으로 변하는 제이크 설리의 선택과,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전쟁, 그 과정 속에서 나비족의 전설에 언급되어 있는 영웅인 '토루크막토'로 각성하는 제이크의 성장 스토리, 네이티리와 제이크의 러브스토리까지 수많은 갈등, 성장, 액션, 로맨스 요소들이 아주 잘 버무려져 있는 스토리였습니다. 여기에 제이크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인간 '실존'의 고민까지 포함된 나름 깊이 있는 스토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2편 물의 길의 스토리는 태생적으로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새로운 별에서 관객들이 새롭게 경험할 설정들이 없습니다. 제이크는 1편에서 완전한 나비족(물론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이 되었기 때문에 실존의 고민도 없어졌고, 나비족 안으로 들어가고 그 방식을 배워나가는 과정도 필요가 없게 되었죠. (물론 비슷한 과정을 새로운 아바타인 쿼리치 대령을 비롯한 해병대원들의 경험이 있지만, 역시 한 번 나왔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서사도 아닌지라 가볍게 지나가고 말죠.) 거기다, 주인공이 나비족으로 완전히 이동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간 진영 내부의 갈등 구조도 사라져서 입체적인 스토리를 구상하는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근본적 한계로 인해 단순해진 스토리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나름의 장치들로 해결을 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행성에 대한 새로운 경험은 물속 세계를 경험하는 제이크 가족들의 경험으로 채우고, 내부 갈등의 요소는 인간 진영이 아닌 새로운 나비종족의 속으로 들어간 제이크 가족들의 어려움을 통해 구현하고, 전편의 '언옵타늄'이라는 판도라 행성 침공(?) 이유는 '식민지 정벌'과 '암리타'라고 하는 툴쿤(지구의 고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생물)의 뇌에서 뽑아내는 '노화 방지 물질'로 대체시키죠.

 

그리고, 전편의 단순한 악역이었던 퀄리치 대령을 아바타의 모습으로 다시 데려오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인간의 몸을 하고 있으면서 나비족의 생각을 가진 '스파이더'라는 인물, 어떻게 태어났는지 미스터리인 그레이스 박사의 딸 '키리', 제이크의 둘째 아들이면서 지속적으로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인 '로아크'도 3편부터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기대를 모을 인물로 서서히 빌드업을 시켜나가고 있죠.

 

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1편에 비하면 단순한 플롯 구조로 인해 조금은 심심한(?) 스토리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긴 러닝타임으로 인한 탓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이크 설리의 캐릭터 붕괴?

스토리에 대해서 지적을 하는 분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전작에서 완벽한 '전쟁영웅'이었던 제이크가 갑자기 겁쟁이가 되었다는 부분인데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1편에서 제이크는 아바타의 신분이었습니다. 아바타가 죽더라도 본체는 죽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더 과감하고 더 용맹하게 행동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겁니다. 거기에, 해병대로써 용맹하게 복무했던 전력도 있어서 근본적인 성향도 전쟁영웅에 어울리는 이력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2편에서는 나비족의 신체 하나만을 가진 다시 말해 목숨이 하나뿐인 상황이 되었고, 얼떨결에 족장이 되면서 수많은 동족의 목숨을 자신의 명령 하나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으며, 가족, 특히 아이들이 4이나 생겼고, (스파이더까지 포함하면 5명) 자신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무거워졌죠.

 

단순히 전쟁영웅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무거운 짐들이었을 겁니다.

거기에, 제이크는 형이 살해당하면서 가족을 잃는 트라우마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자신도 죽을 뻔했었죠.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조금은 과도하게 통제하고, 엄하게 대하는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영화 초반부에는 인간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게릴라 전술을 펼치며 부족을 지휘하던 제이크가, 자신이 죽였던 쿼리치 대령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그들의 1차 목표가 자신임을 깨닫게 되고, 스파이더까지 잡혀가는 것을 보고 거처를 들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작게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크게는 자신으로 인해 부족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거처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려는 결정은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겁쟁이가 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잃을 것이 많아졌고, 책임이 무겁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싸움을 걸 수 없었던 것이죠.

제이크가 겁쟁이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런 책임감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새로운 인물들과 함께 그려갈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

이번 아바타 프로젝트는 총 5편의 영화로 마무리가 된다는 정보가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2,3편은 동시 촬영이 되었고, 4,5편도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되었으며, 3편은 후반 작업까지도 상당량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3편까지는 무조건 개봉이 되며, 4, 5편은 2, 3편의 흥행여부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이 될 거라고 하네요.

제작진 피셜로, 4편의 시나리오가 그렇게 평이 좋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키리'의 출생의 비밀도 궁금하지만 (아마도 에이 와로 인한 그레이스 박사의 환생 정도로 예상됩니다. 키리의 출생 시기가 1편 이후 약 1년 뒤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사망 당시 잉태한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고, 박사의 혼이 아바타로 옮겨가다가 완전히 옮겨가지 못하고 끝이 났기 때문에, 현재 식물인간 상태로 보이고, 그런 과정에서 에이와의 선물로 아바타 육체에 어린아이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보다는 아버지와 꼭 닮았지만, 트러블메이커였던 로아크의 성장과, 단순한 악당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캐릭터로 진화하는 불씨를 보여준 쿼리치 대령의 변화가 기대가 됩니다. 

 

특히 쿼리치 대령의 경우, 영화 말미에 스파이더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적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과, 죽을 뻔한 육신의 아버지를 구해준 스파이더의 행동, 아바타로 다시 살아난(정확히는 유전자와 죽음 이전의 기억을 이식받은 새로운 개체) 상황으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1편에 비해서 한결 입체적인 인물이 되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왠지 1편의 제이크 설리와 같은 역할을 쿼리치 대령이 속편에서 해주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러닝타임뿐?

저는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은 러닝타임이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부족 속에서 물의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은 조금 과도하게 길지 않았나 싶고요. (물론 5편까지 가는 장대한 서사시의 일부로 보면 그다지 길다고 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해당 부분이 아름다운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구간이 될 수밖에 없는 점도 사실이니까요)

 

영화 초반, 아바타 1편을 안 본 혹은 잊어버린 관객들을 위한 친절한 설명은 이 영화에 몰입하여 들어가게 하는데 조금은 힘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안을 제시하기 쉽지 않긴 하지만, 뭔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쉬운 길을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영화 '아바타:물의 길'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영화를 보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더 풍성한 즐길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관람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최소 3D로요. 이 영화가 보여준 3D 화면은 정말 격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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