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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과 정보/음악, 음반

싱어게인 심사위원의 모습에서 발견한 작사가 김이나의 특별함 - 기획자의 눈을 가진 작사가

by 주니(Jun-E) 2020. 12. 29.

작사가 중에서 가장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는 분은 단연 '김이나' 작사가님 일 겁니다.

각종 예능에 나타나서 '역시 작사가다' 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범상치 않은 말솜씨를 뽐내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그녀를 기억하게 했고, 일정 부분 '호감'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을 겁니다.

상황을 묘사하는 남다른 시각과 어휘, 그리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했던 경험담 등은 그녀를 더 유명한 작사가로 만들어줬고, 호감도도 상승하게 해서 여러 방송에서 그녀를 찾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 왔죠.

김이나-인생술집-출연사진

그 결과, 여러 프로그램에서 MC 역할도 하고, 더 많은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자주 초대가 되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저렇게 바쁜데 언제 가사는 쓰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아무튼, 그렇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던 중 종종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혹자는 '작사가'가 가수에 대해서, 노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심사위원이야? 라는 생각을 가졌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까지는 대부분 전/현직 가수 중에서도 소위 잘 나간다는 가수나 작곡가, 혹은 엔터 기획사의 수장 들이 단골 심사위원 이었고, 이들은 어쨌든 가수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거나 어떻게 부르라는 지시를 하는 입장에 많이 서 본 사람들 이었기에 당연히 받아들여 졌죠.

그런 그림이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작사가 심사위원'은 생경해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물론 많은 가수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많은 노래를 들었겠지만, 실제 노래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나 노래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심사를 하고 논평을 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영역의 일일 수 있거든요.

 

그런 그녀가, 요즘 제 최애 오디션 프로그램인 '싱어게인'의 심사위원으로 맹활약 중 입니다.

 

매 라운드마다 시의 적절한 심사평을 하는 것은 물론, 어떤 경우에는 오랜 음악생활을 한 유희열, 이선희 심사위원은 물론 젊은 친구들보다도 객관적이고 핵심을 꿰뚫는 심사를 해주는 등 그녀의 감각과 시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경험들이 쌓여갔습니다.

 

그런 그녀의 탁월함은 지난 방송 마지막 무대인 30호 가수의 '치티치티뱅뱅' 무대에서 나왔습니다.

 

남자가수, 그것도 바로 앞 무대까지 통기타를 가지고 나와서 재기넘치는 그루브한 포크(라고 하기엔 이미 스펙트럼이 포크쪽은 넘어섰지만)음악을 선보였던 가수가 기타를 들지 않고 나와서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을 선곡했다고 했을 때, 심사위원들의 얼굴은 '궁금함'이 가득했습니다.

 

결론은 전주부터 파격으로 시작해 파격으로 끝난 연주

사실 저는 리메이크에서 원곡의 그림자를 너무 심하게 지워버리는 편곡을 싫어합니다.

원곡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원곡이 가진 핵심가치는 계승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멜로디를 보존하든, 편곡적인 부분에서 보존할 부분을 찾든 여러가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해당 무대의 경우는 후렴구의 멜로디를 제외하는 모든 부분이 새로웠고, 완전히 새롭게 추가한 부분도 있었죠.

그렇지만 정말 의외였던 건 그렇게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곡에서,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이 보여줬던 그 '당당함'이라는 바이브가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들렸던 편곡 안에 원곡의 요소들이 많이 살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이효리와 당장 협연을 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말이죠.

 

한 번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도 함께 들어보시죠.

 

 

그리고 기타를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이 신의 한수 였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니, 기타를 가지고 나왔으면 망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의 평을 들으며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음악을 그렇게 오래해왔던 사람들이 이 음악을 싫어하거나 아쉬워한다고?

일부 심사위원들이 '기타'가 없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더군요.

중간에 트랩비트가 나오는 부분도 있고, 이렇게 다양한 변주가 들어있는 음악에서 통기타를 들고 나오면, 어울릴 수 없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난감했죠.

개인적으로 정말 객관적인 심사를 하는 것으로 항상 인정해왔던 '유희열' 심사위원마저, '왜 안됐는지는 알겠다' 는 심사를 한 것에서 조금 실망을 했습니다. 물론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금의 색에서 조금만 양보하고,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부분을 만들어 준다면 더 흥행을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의 말들이 결국엔 '칭찬' 이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결국 '잘했다' 보다는 '아쉬웠다' 라는 표현인 것도 사실이었기에, 방금 이런 파격적이고 훌륭한 무대를 한 뮤지션에게 일단 찬사를 보낸 후에 한 마디 덧붙이는 말로 했어야 하는 말이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그가 예를 들었던 '서태지'가 처음 나왔을 때 기존 음악 관련자들이 했던 '아쉬움'에 대한 표현과 '조금 더 대중적이면 어떨까?' 라는 평은 결국 그 해 서태지와 아이들 신드롬으로 당시 심사위원들의 시선보다 '대중들의 시선'이 훨씬 열려 있음을 증명해주기도 했었죠.

그 말은 이렇게 생소하고 낯선 것도 그냥 좋으면 대중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기존의 틀에서 생각하려고 했기에 틀을 깨지 못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 김이나 심사위원의 한 마디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탁월함이 있었습니다.

김이나-심사평

'기타를 가지고 나왔으면 뻔했을 것 같다'

'몸을 잘 쓴다. 동작만 보면 전혀 멋있는 동작이 아닌데 음악과 함께 하니 그냥 멋있었다'

'매우 큰 페스티벌 같은 곳에 어울릴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등등 하나같이 공감할 수 있는 심사였죠.

김이나-심사평-극찬

거의 유일하게 극찬을 한 심사위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김이나 작사가는 단순한 작사가가 아니라 '기획자'의 눈을 가졌구나.

그제서야, 그녀가 작사가로 활동하기 전 음반기획사의 'A&R'로 활동한 이력이 있었음을 떠올렸습니다.

역시 잘나가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한 편, 왜 많은 기획사와 가수들이 그녀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박효신씨는 왜 많은 작사가들 중 그녀와 함께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왠지, 세월이 조금 흐르고 나면, 김이나 작사가가 직접 제작을 한 가수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불연듯 듭니다.

과연 그녀가 제작하는 가수는 어떤 가수가 될까요? 아직 일어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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