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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 NO NO 낭만변호사 박신양 !!

by 주니(Jun-E) 2016. 5. 24.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시즌2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람으로써

KBS에서 조들호를 드라마화한다고 했을 때, 우려와 기대를 함께 가지고 있었고
초기 3화를 보고 실망감을 드러낸 포스팅을 했던 적이 있었죠.

그렇게 시청을 멈추었었는데요.

시청률은 그렇다 치고, 웹툰 게시판에서조차 드라마 조들호가 재미있다고 하는 글만 보이는 것이
이해할 수 없어 다시 미뤄둔 시청을 시작해보았습니다.

이제 9화까지 시청을 했는데요.
결국 제가 느꼈던 실망감을 확인만 했네요.

일단, 원작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재미는 있는 드라마입니다.
얼마나 완성도가 있고, 개연성이 있는 전개인가? 와는 별개로
시청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좋아하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지를
잘 아는 작가와 피디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사회적으로 시청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갑질'에 대한 대적과
불합리하고 비리를 저지르고도 잘도 빠져나가는 권력자들에 대한 응징까지
연일 기사에서 '사이다'라는 단어를 쏟아내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하지만, 이 드라마는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가 이렇게 되는데는 모르긴 몰라도 박신양이라는 배우의 영향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부터 박신양이라는 배우는 입김이 대단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자신이 구축한 캐릭터에 맞추어서 대본등의 수정을 요구한다는 설도 있었죠.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는 언제나 '박신양'이었습니다.

그의 연기는 소위 말하는 '메소드'연기가 아닌 어떤 인물이라도 '박신양'화 해서 연기해왔다는 느낌입니다.
이것은 그의 연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연기의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니까요.
그는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 중 한명임에는 틀림없지요.

하지만, 그가 연기한 모든 인물이 전혀 다른 인물이 아닌 '박신양'이 깡패가 된다면,
변호사가 된다면, 무엇이 된다면 이라는 가정에 충실하게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대본이 먼저였는지, 박신양씨의 캐릭터 구축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메인 타이틀롤인 '조들호'는 웹툰의 '조들호'와는 지독히도 다른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리메이크는
스토리는 조금 달라지더라도 디테일은 차이가 나더라도
원작의 메인 케릭터의 성격은 충실하게 가져오는 것입니다.

메인케릭터의 성격까지 모두 바꾸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들어 버린다면,
굳이 리메이크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가 있는가? 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에피소드들을 차용하기 위해 리메이크 판권을 살 수도 있겠지만
유사한 에피소드들을 다룬 작품들은 이미 많이 있었습니다.
굳이 조들호라는 타이틀을 가져오지 않고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 드라마가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아니라는 것이 극명하게 보인 에피소드 중 하나가
유치원 교사의 부당해고건이었습니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정말 철저히도 실리적인 인물입니다.
가망성이 없는 소송에 대해서는 안될거라고 바로 이야기하고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그 부분을 파고 들죠.

그런데 드라마 조들호는 아무리 봐더 낭만주의자입니다.
이성보다는 감정에 호소하고, 상대의 성향을 뻔히 알면서도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뒤통수를 맞고 (증인들의 위증) 실질적으로 법리적 효과는 전혀 없는
쓰레기죽을 원장에게 먹이기위한 쇼를 준비하고 등등

네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낄만한 장면인 것 맞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시청률이 아주 잘 나오고 있죠.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아니라 '낭만변호사 박신양'이었습니다.

아주 압권은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유치원을 여러개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배탈이 나건말건 상한 음식을 급식으로 주며 돈을 착복해오던
고위 공무원과 여러 뒷배경을 가진 원장이 감옥에서 아이들의 편지를 받고 울면서 회심을 하고
유치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더구나 자신이 잘랐던 그 교사에게
해당 유치원 원장을 맡도록 해달라고 하죠.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감동이었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실소가 나오더군요.

이렇게 드라마 조들호는 개연성이 부족하지만 시청자들의 감정을 잘 건드리는 사건들의 나열을 통해서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아닙니다.

주요 캐릭터들의 설정과 성격도 웹툰 조들호와는 많이 다릅니다.
몇몇은 원작웹툰의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보이기도 하긴 합니다만, 전체적인 드라마의 톤이 너무도 달라져서원작의 리메이크가 아닌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건들이 잘 짜여진 개연성과 설득력으로 다가왔다면 그나마 수긍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도 못했고, 단지 소재가 막장이 아닐 뿐
전개방식은 막장드라마의 그것을 보는 듯 해서 참 안타깝습니다.
(막장 드라마의 큰 특징 중 하나가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죠)

그래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고, 충분히 재미(?)는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분명히 성공할 겁니다.
아마도 저도 나머지 회차를 보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작품은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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