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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열등하고 (어리석은)백성들이나 쓰는 문자? 세종대왕을 깐다고? -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

by 주니(Jun-E) 2023. 7. 28.

한 유투버가 한글을 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언들을 좀 찾아봤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그의 이야기와 사람들과 나눈 댓글들을 보니, 머리가 복잡해지고 안타까움과 함께 공분이 올라왔네요. 그럴싸하게 들리는 말발로 부족한 논리적 근거를 커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족한 필자이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고 한글의 우수성의 근거를 나름의 근거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한글은 이도가 사사로이 만든 발음기호에 불과한 문자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났습니다. 감히 세종대왕은 건드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그를 저격하는데 있지 않고, 한글의 우수성을 논리적 근거를 들어서 이야기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한글이 우수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근거들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될 것입니다. 필자는 쓸데없는 애국심 흔히 국뽕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글의 우수성은 해외의 언어학자들도 이야기하는 부분인 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제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민족의 우수성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위대한 인물을 보유한 나라라는 자부심은 가져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글과 한국어는 구분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앞서서 한글과 한국어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한글이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자이고, 일부 제3세계 국가에서 자국문자로 한글을 채용했다는 소식도 있긴 하지만, 가장 한글을 널리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둘의 구분이 쉽지 않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한국어는 다른 언어대비 우수하지 않습니다.

사실 언어는 한 언어가 다른 언어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비교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각 언어 문화권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더 발전한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특정 목적에 더 효과적인 언어는 있을 수 있을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우월한 언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한글은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만든 문자다?

훈민정음 언해본에 세종대왕이 적은 서문에 우리가 국어시간에 배운 유명한 글이 있죠. '나랏말싸미'로 시작하는 글에 '어린 백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어린'이 '어리석은'이라는 뜻이라는 것 때문에, 애초에 어리석은 백성들 배우라고 만든 '저급한' 문자다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세종대왕님의 뜻을 곡해한 것 입니다. 글을 모두 읽어보면, 한글 창제의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요즘 말로 대충 서문을 표현해 보면,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어와 달라, 문자(한자)와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리석은(배움이 없는)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 뜻을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안타깝게 여겨 새로 28글자를 만드니 ~'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즉 백성을 어리석다고 표현한 것은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하는 양반을 제외한 백성들의 문맹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지 '멍청하다'는 의미가 전혀 아닙니다.

 

만일에 한글이 급이 낮고 한자를 배운 것과 달리 못난 사람들만 배울 법한 글이었다면, 과연 당시에 그 많은 양반들이 반대를 했을까요? 물론 사대주의의 영향으로 중국외에 문자를 가질 수 없다거나 하는 이유도 있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배우기 쉬운 문자가 보급되면 백성들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통치계급의 이해관계가 가장 큰 이유였을 겁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한글이 그만큼 배우기 쉽고 우수한 문자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한글은 발음기호일 뿐 문자라고 하기도 어렵다?

한글은 세종이 사사로이 만든 발음기호일 뿐이다. 라는 취지의 글이 있었습니다. 일단, 백성을 위한 마음으로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를 만든 세종대왕의 마음을 개인적인 욕심쯤으로 치부한 괘씸함은 뒤로 미뤄두겠습니다. 

 

이 말은 그 자체로 어폐가 있습니다. 한글은 표음 문자입니다. 영어의 알파벳 (정확히 말하자면 이텔릭문자라고 해야겠죠?)도 표음문자입니다. 표음문자는 애초에 태생이 발음(언어)을 기호로 표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어를 비롯한 이텔릭문자를 이용하는 언어들의 경우 발음기호를 추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관점으로 한글을 '발음기호'라고 이야기한 것은 이야기한 사람은 비하하기 위해서 쓴 글이겠지만, 매우 우수한 표음문자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발음기호가 추가로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니까요. 애초에 표음문자는 모두 발음기호입니다. 다만, 그 효율이 떨어지는 표음문자들이 정확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발음기호가 추가로 필요한 것이죠.

 

한자의 경우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발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닌 뜻을 나타내는 문자로 중국어의 경우 언어보다 문자가 먼저라는 점이 특별한 케이스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자의 목적은 무엇일까?

어떤 문자가 우수한가? 아닌가?를 따지려면 일단 문자의 목적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목적성에 부합할 수록 더 우수한 문자라고 판단할 수 있겠죠?

 

문자는 언어를 기록하는 수단입니다. 그리고, 문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널리 전달하기 위한 목적과 가치 있는 내용을 기록하여 남기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언어를 쉽고 간편하게 표기할 수 있는 것이 우수한 문자라고 할 수 있겠죠.

 

또 한 가지 목적이라면, 씌어진 문자를 서로 다른 사람이 보고, 같은 음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원래 전달하고자 했던 언어가 그대로 전달이 될 테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효율성

한글은 28자의 자모로 만들어졌고, 한국어를 표현하는데 사용 빈도가 떨어지거나, 다른 소리와 구분이 필요 없다고 느껴지면서 일부 문자들이 사문자가 되면서 현재의 상태로 굳어졌습니다.

사라진 문자에는 '아래아'부터 시작해서 이중자음/이중모음 중 일부 등이 사라졌는데요. 해당 소리들이 표현할 수 있는 소리가 사라지면서 외국어 표기에서 조금 더 소리에 가깝게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져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해례본이라는 창제한 이유 및 원리를 기술한 문서까지 남아있어서 적용의 필요성이 있다면 얼마든 복원해 적용이 가능하기도 하죠.

 

그런데, 한글이 가진 효율성은 한글 맞춤법을 무시하고 조합을 할 경우, 웬만한 소리는 비슷하게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한글이 영어의 발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이야기가 많이 되긴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맞춘 한국식 표기법이 한계를 가지는 것은 한국어에 맞는 맞춤법에 맞추어야 하고, 영어에는 실재하지 않는 모아쓰기 원칙을 무시하고 쓴다면, 꽤나 근접하게 쓸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장음/단음을 표기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건 세상 어떤 문자도 하지 못하고 있죠. 영어도 장/단음은 따로 외워야 하니까요. 만일 이것까지 구분하고자 한다면 발음기호에서 흔히 사용되는 ':'을 이용해서 추가 표기하면 그만입니다.

 

일 예로, milk를 표기하는 한국식 방법은 '밀크' 이지만, 미국 영어식으로 최대한 가깝게 표기를 해 보자면, '뮐ㅋ' 정도로 표기할 수 있을 겁니다.

 

정확성

한글의 우수성은 여기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글은 동일한 표기를 가지고, 여러 사람이 읽었을 때, 다르게 발음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영어의 경우, 똑같은 알파벳이라고 해도 발음하는 케이스가 여러 가지가 있죠. 'a'  같은 경우에도 '아' '에이' '애' 등 여러 가지 발음으로 읽을 수 있죠. 심지어 동일한 언어의 원어민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발음하는 소리가 다르기도 합니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가 동일한 단어를 꽤나 다르게 발음하는 건 다들 아시죠?

 

하지만, 한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글의 자모로 기록된 글은 누가 읽어도 거의 같은 소리로 발음을 하게 되고요. 심지어 맞춤법에 맞지 않게 적어도 그 소리를 읽어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고,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하게 발음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뷁' 같은 실제 있지 않은 맞춤법의 문자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그 소리를 동일하게 연상하게 되는 것이죠. 이 글자도 읽어보라고 하면 처음에 당황할지 모르지만, 한글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거의 비슷하게 읽어낼 겁니다.

 

소리 표현의 다양성, 유연성

한글은 앞에서 말한대로  맞춤법에 맞지 않게 표기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거의 비슷하게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만들어진 문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에 맞춘 한글 맞춤법이라는 틀을 벗어 버리기만 하면 표현할 수 있는 소리의 다양성은 한껏 올라갑니다. 한글의 표기 원칙인 '자음+모음+(받침)'을 포기하고 표기를 한다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이중자음이나 이중모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웬만한 소리는 대부분 표기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완전히 똑같지 않은 소리도 많이 남긴 할 겁니다. 하지만, 세상 어떤 문자도 그런 소리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표음문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글이 그나마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읽을 수 있는 소리를 가장 다양하게 표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영어 'stay'의 경우, 한글 표기법에 맞춰서 쓰게 되면, '스테이'가 되지요. 하지만 실제 영어(미국식) 발음은 이와는 차이가 꽤 있죠. 저 나름대로 표기를 해 보자면 'ㅅㅌ데ㅣ' 정도로 표기하면 비슷하게 발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은 한글식 모아쓰기 표기법과 쌍자음/이중모음 등의 제약을 벗어나면 거의 무한대의 조합으로 소리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건, 알파벳도 마찬가지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표음문자는 같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특히 모아쓰기가 없는 나열식 문자인 이텔릭 문자의 경우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긴 한데, 같은 문자가 한 가지 소리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글은 완벽하다?

그렇다고 한글이 완벽해서 모든 언어를 모두 있는 소리 그대로 표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가장 쉽게 배울 수 있고, 가장 정확하게 상호 간에 소통이 가능하도록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 한글의 우수성이고, 그것이 표음 문자가 가지는 가장 우수한 점입니다.

하지만, 역시 완벽하지 않고, 이건 모든 문자가 가진 한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우수하다.

이런 이야기가 일부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단 나열식이 아닌 모아쓰기 방식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하기에 불리함을 가집니다. 조합에 따라 다른 문자가 되기 때문이죠. 자음, 모음이 각각의 정보를 가지긴 하지만, 조합에 따라 같은 모양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등 이텔릭 문자 대비해서 디지털 환경에서는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일본어나 중국어에 비해서는 조합만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모든 언어를 표기 가능하다?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한 한글의 유연성에서 그 가능성을 볼 수 있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모든 언어를 다 표기가 가능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정의한 맞춤법에 한정한다면 꽤 제약이 클 수도 있겠죠. 다만, 최근 몇 제3세계 국가에서 자국어를 표기할 문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 한글을 표기 문자로 선정했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부분이 한글이 가진 효율성과 정확성을 반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다른 문자와 비교하면서 더 수월한 문자를 선정해서 자국어를 표기했다기보다는, 접할 수 있는 문자가 한, 두 가지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선정을 했거나, 자연스럽게 한 가지 문자를 접하면서 적용되는 케이스였다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처럼 여러 가지 문자에 대한 정보를 비교해보고 자국어에 대입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에는 정보가 공유되기 어려운 시기에 각 문자들이 발명 (또는 생성)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글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세상 어떤 문자도 모든 소리를 표기하기에 완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글만큼 효율적으로 여러가지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는 거의 없다는 것도 사실로 보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문자를 굳이 까내리기 위해서 '발음기호에 불과하다'라는 논리를 펴는 것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매우 뛰어난 표음문자다'라는 뜻이 되어서 본인의 논리를 본인이 부정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한국은 역사상 한자문화권이었습니다. 많은 단어들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자공부를 하는 것은 한국어를 더 풍부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글이 열등하다는 의미는 절대 될 수 없습니다.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표음문자'입니다. 그런데, 한국어에는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는 한자어로 된 단어가 많고, 그중에는 동음 이의어도 꽤 있기 때문에, 한자를 함께 공부할 때, 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정도로 이해를 하고, 본인의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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