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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과 정보/방송, 미디어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작에 즈음하여 (왜 조들호여야 했는가?)

by 주니(Jun-E) 2016. 4. 5.

 

 

지난 3월 28일부터 KBS에서 시작한 '동네변호사 조들호'(이하 조들호)에 대한 소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드라마를 리뷰한다는 것이 조금 무리가 아닌가 싶긴 하지만, 워낙에 좋아하던 웹툰이 드라마화가 된다고 해서 걱정반 기대반으로 시청을 한 입장에서 써보고자 합니다.

우선 조들호라는 작품은 네이버 웹툰에 연재가 되고 있는 만화입니다.

검사였다가 조직을 배반(?)한 의협심 때문에 검사복을 벗게 되고, 잘나가던 인생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보잘것 없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변호사인 '조들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웹툰의 내용은 생활밀착형 이슈들에 대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조들호' 변호사의 이야기를 축으로 이와 대립해 가는 '큰산 (드라마에선 금산)' 법무 법인과의 악연이 이어지는 구도입니다.

 

이제 3화 방송을 마친 드라마 '조들호'를 본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철저하게 "드라마화"된 조들호 파생버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면서 이슈가 된 작품들이 꽤 많은데요.

작품들마다 성공한 작품과 실패한 작품들로 나뉘곤 했는데, 그 분기점은 대체로 얼마나 원작을 잘 살려냈는가? 라는 면이었습니다.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미생'의 경우, 원작이 워낙에 방대한 작품이어서 많이 축약을 했음에도 그 캐릭터의 특성을 워낙에 잘 살려서 웹툰과의 이질감도 없는데다 드라마로써의 완성도도 상당히 좋아서 대박 신화를 만들어냈죠.

반면, '치즈인더 트랩'의 경우는 방영초기 웹툰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와 인물 캐릭터를 잘 살려서 호평을 받다가 극 후반에 그 미묘한 심리 묘사에 실패하며, 뻔한 멜로 드라마처럼 흘러가버리는 바람에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이번 '조들호'의 드라마버전은 조들호라는 인물이 검사였다가 변호사가 되었다는 설정을 제외한 모든 것이 창작이라고 봐도 될만큼 다른 작품입니다.

물론 리메이크가 꼭 원작을 충실히 다뤄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원작의 '조들호'는 검사이면서 법무 법인 '큰산'의 사위였다는 설정은 같지만, 아내가 주부로 나오는(물론 훗날 큰산의 직원으로 일을 하게 되지만) 것과 조들호와 대립하는 인물이 아닌 단지 아버지에게 눌려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오는 것과 대조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자신이 변호사이면서 직접 조들호와 대립하는 관계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들호 본인도 검찰 조직에서 자신의 상관을 고발해 그 후 점차 밀리게 되고, 그로 인해 장인으로부터도 버림받는 설정은 비슷하지만, 여기서는 상관보다는 재벌을 겨냥하다가 밀려나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웹툰에서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드라마에서 묘사한 검찰에서 밀려난 후 노숙자 생활을 꽤 오래 한다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첫 사건에서부터 '생활밀착형' 이슈보다는 '살인사건' 그것도 재벌이 연계된 살인사건이 대두되는 점은 철저히 기존 드라마의 '자극적' 설정을 답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웹툰 조들호의 우리 생활속에서의 소송 이슈들을 알아가고 그 안에서 그려진 긴장감등을 매우 재미있게 보아온 저로써는 인물 설정만 가져오고 (그것도 다소 억지스럽거나 원작과는 다른) 전체적인 이야기 구도를 기존 드라마에서 흔하게 봐오던 설정으로 채운 드라마 조들호 1화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2화에서의 내용들은 유머러스한 내용과 적절한 사건 해결에 대한 이야기들로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신문등의 매체에서 호평을 한 이유를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원작이 가진 매력의 7할 이상을 잃은 이 작품에 굳이 조들호라는 인물을 가지고 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유한 설정과 캐릭터를 가진 '동네변호사 조들호'라는 작품이
그저 그런 법정 드라마 한편으로 변질되는 듯 해서 큰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음 사건들이 또 원작의 느낌의 사건들이 나와준다면 모르겠지만, 현재의 작품의 인물구도로 봐서는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분명히 재미있는 요소가 있고 괜찮은 완성도의 드라마임에도
왜 굳이 '조들호'였는가 라는 면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조들호가 조들호인 이유는 그가 '동네 변호사' 이기 때문인데 말이죠.

남은 화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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