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최근에 발매한 싱글앨범 '주님의 길'에 대한 작업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런 작업기가 저와 같이 홈레코딩을 이용해서 음원을 발매하고 싶은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홈레코딩에서 어려운 부분 - 결정
홈레코딩으로 작업을 하다보면,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다보니, 의견 충돌이 생길 일 없어서 좋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 결정이 올바른 결정일까? 하는 고민이 생기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경우, 다른 사람의 작업기를 보게 되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이번 싱글 작업을 하면서 어떤 의사 결정들을 했는지 나눠보겠습니다.
발매된 싱글에 대한 음원사이트 등의 정보는 제 직전 게시물을 참고해주세요. ^_^
100% 홈레코딩으로 발매한 CCM 싱글 '주님의 길' 입니다. - 집에서도 이 정도는 가능합니다.
이번 싱글은 두 곡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싱글앨범으로 두 곡을 묶은 이유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메시지에 대해서는 전 포스팅에서 대충 언급을 했으니, 오늘은 음악적인 결정 부분만 이야기하도록 할께요. ^_^
첫 곡 '우리는 어찌하여'
첫 곡 "우리는 어찌하여" 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일단 내면의 고민과, 스스로의 연약함을 깨닫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목소리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목소리도 절규하거나 감정을 많이 쏟아내는 것이 아닌 덤덤한 듯 힘빠진 듯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를 툭 하면서 내밷는 느낌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악기의 구성은 최대한 심플하게 나일론 기타와 피아노 두가지만 사용했습니다. 모두 가상악기를 이용했는데요. 제가 사용하는 DAW인 리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악기들만 이용했습니다. 나일론 기타는 A-list finger picking guitar (리즌 전용 별매 악기)를, 피아노는 Radical Piano (풀버전 리즌의 기본악기)를 사용했고요. 기타가 메인이고, 피아노는 살짝 감성을 더해주는 용도 정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곡의 메인은 더블링이나 백그라운드 보컬의 화음 같은 것 없이 오로지 싱글 보컬 트랙으로 담담하게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숨결과 감정이 잘 전달되도록 클로즈 마이킹으로 발성도 평소보다는 기식음을 더 섞어서 소위 공기반 소리반의 소리를 내어보았어요.
이런 식의 녹음에는 필연적으로 조용한 마이크가 필요한데요. 올 초에 장만한 TM1 이라는 마이크가 가격대비 정말 압도적으로 조용해서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방음이나 룸어쿠스틱을 따로 하지 않은 제 방에서 녹음을 진행했기 때문에, 기본 배경 노이즈가 없을 수는 없어서 RX를 이용해서 어느 정도 노이즈도 잡아주긴 했지만, 마이크 자체가 가진 베이스 노이즈가 워낙 낮았어서 잡지 않았어도 거슬릴 정도의 노이즈는 없었을 거에요. 이 마이크의 톤발란스는 제 취향과는 좀 멀지만, 그거야 EQ로 커버가 가능하니 기본 퀄이 가격대비 너무 좋아서 잘 쓰고 있습니다.
믹싱을 하면서도 공연장이 아닌 일반적인 가정집 혹은 제한적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크지 않은 공간에서 직접 들려주는 느낌을 원했기 때문에, 리버브도 잔향이 길지 않은 것을 사용해서 얼핏 들으면 드라이하게 들릴 거에요. 이런 사운드가 오히려 리버브를 풍부하게 걸어주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곡은 보컬 연주가 나름 표현이 잘 되어서 기분이 좋았던 곡 입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요.
두번째 곡 '그 분의 나라'
두 번째 곡인 '그 분의 나라' 는 저예산 록뮤지컬의 트랙 느낌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곡이 가진 내용이 예수의 제자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 왕으로 떠받들어지는 모습부터 바로 다음날에 죽어야 하는 범죄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서 느꼈을 혼란을 표현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가 그런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노래로 나타내는 느낌을 원했어요.
그래서 편곡의 구성도 드럼, 베이스, 어쿠스틱 기타로 아주 심플하게 가기로 했고요. 초기 데모 버전에서는 안되는 기타 실력으로 직접 녹음한 기타를 사용했었는데요.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을 하면서는, 기타를 그렇게 잘 칠 자신도 없었고, 일단 제가 가진 기타의 사운드도 그다지 좋지 못해서, 리즌에서 사용할 수 있는 A-list Acoustic guitarist 라는 가상악기를 구입해두고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부터 이것을 사용할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어쿠스틱 기타는 팜뮤트 주법의 기타와 스트럼 주법의 기타 두가지 연주를 섞었고 베이스와 드럼으로 구성되었던 기본 편곡에, 아무래도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어서 스트링을 살짝 가미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곡에서는 녹음할 때 고민을 한 가지 하게 되었는데요. 일단 이 곡의 장르가 포크록 혹은 어쿠스틱록 이다보니, 조금은 지르는 느낌의 보컬을 사용하기 되었는데요. 그런데, 이런 경우에 다이나믹 마이크가 더 듣기 좋은 경우도 종종 있어서 어떤 마이크를 선택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용한 방법은 "마이크를 동시에 두개를 세팅" 했습니다. TM1 과 Beta57 마이크를 동시에 세팅해서 한 번에 두개의 트랙으로 녹음을 받아내었습니다. 메인 보컬과 백그라운드 보컬 모두요. 이렇게 녹음을 한 후에 들어보면서 결과적으로 선택한 것은 메인 보컬은 디테일이 더 살아있는 TM1을, 백그라운드 보컬은 Beta57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메인도 Beta57을 선택할까? 하는 지점도 있긴 했지만, 디테일한 부분이 더 잘 들리는 쪽으로 선택을 하게 되었어요
다이나믹 마이크는 주파수 반응도 컨덴서 마이크와 다르지만, 더 큰 차이는 소리가 조금 둥글게 표현이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트랜지언트 특성이 달라서 그렇게 되는데요. 아마도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방식 자체가 달라서 생기는 현상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지르거나 소리의 크기가 많이 바뀌는 곡에서는 그것이 일정 부분 정돈돼서 들어오는 다이나믹 마이크가 더 듣기 좋은 경우도 생긴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곡에서는 백그라운드 보컬이 메인 보컬에 비해서 부드럽게 받쳐주는 느낌을 내 주는데 좋은 효과를 가져온 것 같네요.
이 곡 역시 보컬을 제외한 모든 악기는 가상악기를 이용해서 만들어졌고, 시퀀싱부터 믹싱/마스터링까지 제 방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모니터링에는 거의 DT440 이라는 헤드폰으로 마무리를 했고요.
이렇게 두개의 곡을 완성해서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발매했던 곡들을 모아서 듣다보면 사운드가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도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싶기도 하네요.
이렇게 적은 작업기가 누군가에겐 영감을 주고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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