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으로 보는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가벼움 - 체인지데이즈 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최근 IP TV를 보다가 기발한 프로그램을 하나 발견했다. 

말이 좋아서 기발한 것이지 '어이없음'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누군가가 교제 중에 다른 사람을 만나면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다.

연예인들의 경우,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누군가와 교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 것이 들통나면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이 OTT 예능 '체인지 데이즈' 는 일반인 출연자라는 미명하에 그런 만행을 공식적으로 저지른다.

말은 좋다.

위기의 연인들을 모아두고 그 안에서 교차 데이트를 통해 각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프로그램에서는 각자의 연인을 두고 남의 연인과 만남을 가지고 돌아와 만남이 어땠는지 대화를 나누는데, 설렜다거나 어떤 면이 좋았다거나 하는 대화를 나눈다.

원래의 연인이 기분 좋을 리 없는 상황이다.

물론 출연자들은 이런 포멧의 방송이라는 것을 사전에 안내받았을 것이고 동의했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연인 중 한 명이 '다른 사람과 한 번 만나보고 다시 돌아오면 안돼?' 라고 이야기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만일 나의 친구가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당장 헤어지라'고 해도 되는 상황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는 대부분 둘의 사이가 미적지근하다는 것 외에도 제안한 사람에게는 이미 '눈에 들어온 이성'이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즉, 이 상황에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너랑 연애하는 거 재미없고, 맘에 드는 사람 있는데, 그 사람과 잘 될지 아닐지 모르니, 너는 보험으로 놔두고 공식적으로 바람 좀 피워 볼께. 그래서, 잘 되면 너랑 헤어지는거고, 잘 안되면 다시 너랑 만나는 거고"

 

정말 극단적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이기주의 적인 행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 테니 한 번 저질러봐라 라고 하는 것이 이 예능의 포멧이다.

또 이런 예능이 반응이 뜨겁단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과 유사한 포멧의 '환승연애' 라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환승연애'로 인해 지탄받은 연예인이 최근에도 한 번 이슈가 된 적이 있지 않았는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유명인이 이런 일을 저지르면 죽일듯이 욕을 하지만, 그것이 내 일(혹은 대리 만족)이 된다면, 흥미진진 해지는 것인가?

방송의 공공성을 생각할 때, 과연 이런 무책임한 사랑에 대해 가볍게 다루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설렘'으로 시작해 '신뢰'로 완성된다.

그런데, 방송은, 세상은 '설렘'만이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설렘이 사라지면, 두근거림이 사라지면 사랑이 식었다 하고, 상호간의 신뢰나 책임감, 믿음 이런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언제부터 사랑이 이렇게 가벼운 일이 되었나?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본능'에 의해서만 사랑하지 않음이 아닐까?

그렇기에 '바람'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고,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이 아닐까?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바람'을 인정하는 포멧의 예능을 보고 있자니 입맛이 영 씁쓸하다.